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정나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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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외국 유학을 하면서 알던 소소한 가게들과 그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상품기획과 소매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으로 작은 가게들이 갖는 매력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얼마 전 읽었던 제 3의 공간이라는 책과 동일한 주제를 갖는데 이를 좀 더 개인적인 경험으로 풀어내었다. 제 3의 공간이란 집과 직장외에 가장 친밀하게 오래 머무르게 되는 공간을 말한다. 어쩌면 자취생에게는 집이 가장 자유롭고 편한 공간이라 제 3의 공간이 필요없을 수 있겠지만 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집 외에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다른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제 3의 공간은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 정치적, 종교적, 금전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중립적 지대라는 것과 이곳에서는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것, 집이나 일터와 가까워 오고 가기 편한 곳즐겁고 편안한 대화가 이루어져 적의나 긴장감이 없고, 규칙적이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는 집 밖의 집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커피숍, 서점, 케이크 가게, 마트, 와인가게들을 소개하는데 모두 거대 체인이 아닌 조그마한 가게들이다. 이들은 특별한 마케팅없이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이벤트, 고객과의 관계맺음으로 단골들을 형성해 나간다. 크리스마스에 손글씨로 적은 카드를 건네고 고객의 이름과 일상을 다 아는 것 뿐 아니라 고객의 얼굴을 보도 그날의 컨디션에 맞는 음식을 준비해 주기도 한다. 그곳은 사랑방처럼 서로의 일상을 전하고 이웃사촌과 같은 관계를 맺어간다. 거대 체인에서는 없을 와인숍에서의 어린이를 위한 그림 수업과 서점의 시낭송회, 마트에서의 건강 세미나 등도 작은 가게들만이 유연하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요즘 기사에서 프랜차이즈에 밀려 동네의 소상권이 죽고, 그래서 상권의 특징을 잃는다는 것을 많이 본다. 이대와 명동이 그런 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는 가게들은 있을것이다. 내가 아는 어느 분은 사는 곳과 멀리있는 마트인데도 굳이 그 곳에서 장을 보는 분이 있다. 그곳이 특별히 더 친절하고 식자재가 더 신선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디저트 가게는 단일 품목만 파는데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이 역시 그 가게만의 독특한 맛과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이 많아지는 요즘, 이 책에서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대기업은 할 수 없는 유연함과 친근감으로 스스로 브랜딩하고, 고객이 저절로 찾을 수 있는 가게를 만드는 것. 작은 가게가 살아남는 방법은 이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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