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의 역사 - 평평한 세계의 모든 것
B. W. 힉맨 지음, 박우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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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의 세계라고 하면 나한테는 조금 낯설다. 학창시절부터 지구는 둥글다라고 듣고 지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주위를 둘러보면 평면이 지배하고 있다. 평면에 대해 잊고 살았던 내게 세계는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다는걸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 역사학과 교수인만큼 지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평평한 표면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모두 계획되거나 설계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의 평면은 모두 만들어지거나 인위적인 것이다. 평면의 긍정적인 특징은 일상생활의 실용성과 관련이 있다. 불도저는 비탈을 평평하게 만들어 개간을 하고, 그곳에 농사를 짓는다. 바퀴달린 수레는 평평하고 매끄러운 표면에서 잘 굴러가고 이는 편의성을 향상시켜 주었다. 기계화 시대가 되면서 땅을 평평하게 해 주택공사를 하였고, 자동차가 개발되면서 평평한 땅은 이동을 편하게 하고 운송비도 절약해 주었다. 미국 도심 구간의 2/3가 거리와 주차장으로 이루어진것처럼 평면은 우리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평면을 과학적이 아닌 예술과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평면은 일반적으로 흥미롭지 않다고 여겨지는데, 굴곡지고 산이 많은 지형보다 평평한 지역은 단조로워 보인다. 그래서 과거 러시아의 화가들은 고국의 평평하고 탁 트인 곳을 단조롭다고 여기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치를 아름답다고 여겼다. 또한 밋밋한 음계는 좋은 음악이 될 수 없었고, 어느 문화에서는 빈약하고 마른것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양면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 평면은 문명의 산물이면서 지금까지의 세계를 떠받쳐준 기반이 되어 왔다. 하지만 예술의 부분에서는 평면을 극복하기 위해 그림에서는 여러번의 덧칠을 하고, 사진에서는 홀로그램 기법이 등장하기도 하며, 둥근 지구를 평평한 지도에 표현하기 위해 발생되는 오류를 보정한 '횡축 메르카토르 도법' 이 제안되기도 한다.


이 책은 평면이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세상을 왜 평평하게 만들려고 하는지 보여주는 책으로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평면에 대해 이해를 넓히고, 평평함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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