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전략 - 무엇이 JTBC 뉴스룸을 특별하게 만드는가 폴인이 만든 책
이무원.김필규 지음 / 폴인이만든책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0년쯤 처음 종합 편성 채널을 만든다는 말을 들었었다. 이름도 애매한 종합 편성 채널. 지상파 방송에서 이미 종합 방송을 하고 있었고, 케이블 방송에서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한 영화, 오락, 낚시 등의 채널이 있었다. 그런데 굳이 종합 방송 채널이 왜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많았나보다. 시작 당시에도 내부에서는 잡음에 많았다. 신문사에서 종편 방송에 뛰어들때 이런 말이 있었다고 한다. "신문사가 종편 사업에 안 뛰어들면 천천히 망하지만, 뛰어들면 빨리 망할 것이다." 라는.. 지상파의 아성은 강했고, 방송 시장이 과포화 상태로 여기에 뛰어드는 건 레드오션에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 곳에서 JTBC는 다른 종편 방송사보다 크게 인지도를 높이며 성장했고, 그 중심엔 JTBC 뉴스룸이 있었다. 


어느날 JTBC 뉴스룸에 손석희 앵커가 간다는 소문으로 시끌벅적했던 일이 기억난다. 당시까지도 종편은 지상파에서 밀리거나 인기가 떨어져 한물간 사람들이 가서 방송을 하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곳에 당시에도 인기가 상당했던 손석희 앵커가 간다니.. 분명히 그 이후 JTBC 뉴스룸의 인기는 올라갔고 손석희 앵커의 진행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청률 상승이 단순히 한 사람의 인지도로만 올라갔던 것인가? 이 책에는 남들은 알지 못했던 JTBC의 숨은 노력과 전략들이 나온다.


붉은여왕 전략. 처음 듣는 단어다. 이 전략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온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인 '거울 나라 앨리스'의 앨리스가 붉은 여왕과 함께 나무 아래에서 계속 달리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서 여왕은 앨리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계속해서 뛰어야 한다."라고. 즉 주위 모든 것이 달리고 있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뛰는 것은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앞서 나가고 싶다면 더욱 빨리 뛰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때 경쟁이 없거나 낮은 블루 오션을 찾는다. 하지만 블루 오션에서 성공하기는 기존의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블루 오션에서는 모든 걸 앞서서 개척해야 하며, 블루 오션에서 사업하여 잠깐 이익을 본다해도 나에게 매력적인 시장은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듯 곧바로 더 강한 경쟁자가 나타날 것이라한다. 그래서 차라리 레드 오션에서 맷집을 키우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낫다고 한다.


JTBC의 전략도 그랬다. 모두가 레드 오션이라고 하는 곳에서 남다른 차이점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웠다. 전통적 저널리즘을 따르면서도 "한걸음 더 들어간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팩트체크라는 코너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뉴스를 더욱 심도있게 보도했고, 세월호 또는 국정농단등의 뉴스에 한 사람의 기자가 계속 보도하게 하면서 그 뉴스에 대한 신뢰성과 기자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만들게 했다. 그리고 뉴스룸의 핵심 가치인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잃지 않는 방송을 하도록 했다. JTBC 뉴스룸의 색다른 변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건 손석희 사장의 리더십 때문이 아니었을까. 코너를 맡기면 그 사람한테 모든 것을 위임하고 끝까지 믿어주었고,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직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각의 개인을 브랜딩하여 시청자에게 각인되도록했다. 손석희 사장은 보도를 다루는데 경영학적 접근이 자신에게는 생소하다고 했지만, 그는 이미 몸으로 경영학에 대해 체득하고 있었고, 어떻게 해야 시장에서 통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스탠퍼드에서도 JTBC의 사례가 연구된다는 것을 보며 경쟁 환경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시장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어 승부를 보는 것이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략이라는 말이 실감됐다. 손석희 앵커의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는 말은 방송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해왔는지 알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남들보다 더 빠르게, 쉬지않고 뛰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