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어 - 사법체계에 숨겨진 불평등을 범죄심리학과 신경과학으로 해부하다
애덤 벤포라도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학창시절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되어 있다고 배웠고 사법부의 분리는 사법부의 공정성 때문이라는걸 잘 안다. 하지만 뉴스기사를 보면 사법 농단, 사법 불신 등 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모습들이 많이 보이고, 사법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로 법무장관이 교체되기도 한다. 난 이러한 사법 체계의 문제들이 선진국으로 가는 과도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과거 신성 재판 시대에 비해 사법제도가 많이 발전하고 과학적 수사로 합리적 판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많은 불평등과 불공정, 그리고 편견들이 잘못된 수사와 판결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수사, 판결, 처벌, 개혁 이렇게 4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은 2~4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사 부분은 피해자, 형사, 피의자 부분에서의 불공정, 그리고 판결은 검사, 배심원, 목격자, 전문가, 판사의 불공정, 처벌은 대중과 죄수의 불공정, 그리고 마지막 개혁은 도전과 미래에 대해 작성되어 있다.


몇가지 예를 보면


수사 : 형사 (위험한 자백)

과거 후안 리베라의 살인 사건에서 후안은 혈액, 지문, 머리카락, 정액 등의 모든 법의학적 근거면에서 무죄가 분명해 보였지만 그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 이유는 그가 작성했던 자백서 때문이었다. 우리는 과거와 같이 고문을 사용해 자백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그 자백은 허위가 아닐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형사들이 하는 심문 기법인 리드 기법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공격적 심문으로 이는 허위 자백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기법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증거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도 용인하고 피의자를 몰아붙인다. 그래서 허위 자백을 했던 대다수는 욕설을 그만듣고 싶고 당장의 스트레스와 피로, 두려움으로 범죄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또 형사들이 하는 방법 중 최소화, 최대화 기법이 있는데 최소화 기법으로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너는 몰랐을 거라고 생각해" 라는 식의 말은 허위 자백에 기여할 수 있다. 


판결 : 판사 (심판인가, 선수인가)

판사는 심판과 같다. 심판은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적용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판사들이 자신의 배경, 경험, 충성심으로 판결을 하고 정책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판결을 오염시킨다. 예를 들어 아들보다 딸을 가진 판사들은 성별과 관련된 소송에서 여성에게 유리하게 판결활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딸을 가진 판사는 임금, 생식, 건강과 같은 문제에서 여성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한층 잘 이해해준다고 한다. 그 외 자신의 군 복무 경험, 주일학교, 부모로의 경험 등 판사 자신의 여러 경험들은 그의 지각, 감정, 추론, 판단을 물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 백인이 흑인을 쏜 사건에서는 백인을 편협한 인종차별주의자로 갖는 편견이 있다. 


개혁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어떤 개혁이든 출발점은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려면 형사 사법제도를 새로운 눈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 결과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고 편견을 파악하고 분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어하고 제거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인간의 뇌의 기억과 한계에 기인하는 불공정 문제 해결을 위해 목격자나 배심원에 의존하기 보다 카메라와 법의학 기술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현재 뉴욕은 패노스캔이라는 카메라를 활용해 범죄 현장을 360도 고해상도로 촬영해 준다. 또한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통해 경찰이 어느 사람을 만났을때 즉시 전과 기록을 조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그 사람이 폭력 전과가 없는 단순 조현병 환자인데도 경찰이 잘못 판단하여 직감에 의거해 행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심리가 사법제도에 어떻게 불공정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미국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사회의 최약자들을 위태롭게 하는지 보여준다. 이제까지 증거와 철저한 논리에 의해 죄와 벌이 결정된다고 믿었던 우리의 기대를 뒤엎고 있다. 우리는 사법제도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불공정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낼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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