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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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이 시내버스 안에서 한 명쯤 볼 법한 아가씨처럼 생겼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74살의 아일린이 1964년 24살의 아일린의 겨울을 회상하며 쓴 소설로 크리스마스전 7일간의 이야기다.


24살의 아일린은 사춘기를 늦게 겪은 소녀같다. 음울하고 지루하고 생기없고, 그리고 항상 격분했고 부글부글 끓었고 살인자 같은 정신으로 살았다. 좋아하는 책도 끔찍한 소설, 살인, 병, 죽음등에 관한 것이었다. 그녀는 대학에 다니다 어머니의 병세로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에 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계속 교도소에서 사무일을하며 아버지를 돌보고 있었다. 전 경찰이었던 아일린의 아버지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지만 포르노 잡지들을 보는 알콜 중독자였고 아일린은 좀도둑, 변태, 거짓말쟁이였다. 


아일린이 일하는 교도소는 험한 곳이었다.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해?" 그가 물었다. "바닥에 먼지 보여? 넌 타일 사이에 낀 그 먼지 한 점보다 하찮아." -P31


경찰이었던 아일린의 아버지가 말한것처럼 교도소에서 위험한 사람은 범죄자가 아닌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수용된 어린 범죄자들을 학대하고 있었다.


아일린이 사는 동네는 근처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사는 나쁜 동네와는 다르게 깔끔하고 애정과 시민적 질서 감각이 넘치는 곳이었다. 거기서 그녀는 그 동네와는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뉴욕으로 탈출할 생각을 하며 사춘기 부적응에 시달렸다.


세상에 나와 같은 이들, 다들 흔히 하는 말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게다가 소외되고 총명한 젊은이들이 으레 그렇듯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지구라는 이 이상한 행성의 생물체로 존재한다는 것의 기이함을 의식 또는 인식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P36


그녀는 같은 교도소에서 경비로 일하는 랜디를 짝사랑했다. 그도 과거엔 이 교도소의 재소자였으나, 출소 이후 이 곳에 취직을 했다. 그러던 중 재소자들의 교육국장으로 리베카가 온다. 리베카는 아일린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아름다움을 가졌고, 침침한 교도소를 밝히는 이국적인 새와 같았다. 그녀의 짝사랑 상대는 랜디에서 리베카로 옮겨갔고 리베카에게 잘보이고자 노력한다.


고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아일린은 친구도 없다. 하지만 리베카가 오고 유일한 친구가 생겼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일린은 리베카의 저녁 초대를 받고 집으로 찾아간다. 거기서 아일린은 정의감에 불타는 성격은 아니지만 사건의 원인을 밝혀내고 올바른 처벌을 하고자 하는 리베카에 의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리베카는 재소자 포크를 면담하면서 포크가 가정 성폭력의 희생자라는 것을 알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포크의 어머니를 감금하고 범죄 공모자로 아일린을 초대한 것이다. 실수로 총이 발사되며 포크 어머니에게 상처가 났고 난동부리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진정제를 먹였다. 그리고 결국 이를 감추기 위해 포크어머니를 아일린 집으로 옮겨 아일린의 아버지가 죽인것으로 가장하고 죽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리베카는 겁을 먹고 도망가고 아일린은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고향을 떠나며 포크 어머니를 아버지의 차에서 매연으로 질식사시킨다. 


74세의 아일린은 새로운 곳에서 밝은 성격을 가졌고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어린시절의 그녀는 자기 혐오와 망상으로 뭉친 괴물이었다. 억압받는 환경에서 그녀는 사춘기를 다른 사람보다 더 길게 겪었던 것 같다. 실제로 나의 사춘기는 그렇게 길진 않았지만 아일린의 그것과 비슷했다. 고향이 답답하여 벗어나고 싶었으며 눈에 띄지 않게 감추려 했고 사회 부적응자처럼 주위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아일린처럼 고향을 탈출했고 무사히 사춘기를 지나 전보다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 24살의 아일린은 음침하고 어둡게 묘사되어 있지만, 사춘기를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겪는 그런 감정 상태를 잘 나타낸 것 같다. 조금은 독특한 여자의 성장 소설로 억압적 환경을 탈출해 새 인생을 개척한 그녀는 사춘기를 유독 험하게 지나왔던 사람이라면 '바로 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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