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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국문학사
장덕순 지음 / 새문사 / 2001년 8월
평점 :
김시습, 김만중, 박지원, 허균...
그들의 이름과 대표작은 문학 교과서에서 이미 접한 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살던 시대, 그들의 성장 환경, 그들의 가치관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지
그 사연을 자세히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광승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얽힌 이야기,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과 사씨남정기에 얽힌 뒷이야기,
연암 박지원의 쇼킹한 개혁사상,
허균이 홍길동을 통해 꾸었던 의적의 꿈...
그 시대 작가들의 모습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치 현대의 사람들인 듯 매력적이고 생동감있게 잘 나타낸 책!!
그런 책이 바로 <이야기 국문학사>이다.
<이야기 국문학사>에는 재밌는 문학사가 담겨있기도 하지만,
책 자체가 이미 문학의 매력을 담고 있다.
역사적 사실만을 늘어놓은 책보다도 '이야기'의 형태로 엮인 이 책이
훨씬 재밌게 읽히는 것이 그 증거다.
그것만으로 문학의 매력은 설명되지 않는가?
그냥 역사적 사실을 죽 늘어놓은 글보다도,
<별주부전>의 우화적 표현이 더 흥미롭고 창의력 넘친다.
용궁에 틀어박혀 바깥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용왕은
곧 백성 맘을 모르는 임금이다.
토끼에 대한 배려라곤 없이 용왕의 분부를 따르려고만 하는 자라는
곧 백성을 수탈하는 임금의 신하이다.
어이없는 자라의 요구를 거역할 힘이 없는 대신,
잔꾀와 웃음으로 빠져나가려 하는 토끼는 바로 백성이다.
역사서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운 얘기이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그 안에 숨겨진 것은
'사실'이라는 증거를 갖고 있는 대신 건조하게 전달되는 '역사'보다도
더 생생하게 와닿는, 때로는 사실보다 더 씁쓸한 사실이다.
문학은 글로 쓰여있는 그대로가 그 작품의 전부가 아니다.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오만가지 교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문학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싶다면, 작품을 200% 음미하고 싶다면-
그 시대의 이야기, 그리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 <이야기 국문학사>를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