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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1995년 <빨간 머리 앤 노트>라는 제목으로 첫 번역 출간되어 앤 매니아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던 이 책.
오랫동안 절판되어 구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2019년 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새로운 제목으로 번역판이 나왔다.
빨간 머리 앤 원작도 물론 오래된 명작이지만, 최근 국내에서 빨간 머리 앤 관련 서적이 다시금 히트를 치면서
문구점에서도 빨간 머리 앤 굿즈가 자주 눈에 띌 정도이니 이 책이 재출간된 건 필연적인 흐름일지도 모른다.
출판사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판매부수를 올려보려고 하는 요즘 시대에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라니, 참 스트레이트하면서도 순수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제목을 보자마자 무언가를 꾸밈없이 좋아한다고 밝힐 수 있는 감정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고전의 주인공들 중에서도 특히 빨간 머리 앤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는
조금은 수다쟁이처럼 보여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순수함'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앤의 순수함과 그런 앤을 사랑하는 팬의 마음이 담긴 이 제목이 참 좋다고 느꼈다.
이 책은 저자인 다카야나키 사치코가 자신이 앤을 좋아하는 이유와 앤을 읽으며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 등을
자신이 상상한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주고 있어, 원작을 읽은 뒤에 읽으면 더욱 감상이 풍부해질 팬심 가득한 책이다.
특히 앤이 '산사나무 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 리 없어요'라고 찬사를 보낼 정도로 사랑했던
'산사나무꽃'이 어떤 꽃인지를 찾아보다가, 그 정체가 '트레일링 아부투스'라는 전혀 다른 꽃임을 알게 된 에피소드는
저자인 다카야나기 사치코가 얼마나 앤의 텍스트를 꼼꼼히 읽은 매니아인지를 알게 해 준다.
그밖에도 앤의 방을 장식했던 '둥글게 짠 깔개'를 헌옷을 이용해 직접 만들어보는 등
앤 매니아가 방을 꾸밀 때 활용할 수 있는 DIY 정보도 실려 있어 더욱더 매니아심에 불을 지핀다.
어른이 되면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때가 오기도 한다.
저자인 다카야나키 사치코 또한 '앤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어린애 같다는 인상을 줄 것 같아서
팬심을 밝히지 못했던 시절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앤이 가르쳐주었고,
그것이 현재까지도 앤이라는 캐릭터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누구라도 앤처럼, 또 이 책의 저자 다카야나키 사치코처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런 긍정적인 파워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