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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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내용을 알고 보는데도 세부 묘사를 읽는 재미가 있다고 할까요. 저자의 필력에 사로잡힌 것 같습니다.

상편에서는 서경의 위기까지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강조의 사망에 따른 고려의 위기, 이 때 등장한 양규. 역사적으로 영웅이 등장하는 것은 벼랑까지 몰린 나라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일인 걸까요? 물론 등장하지 않으면 그 나라는 역사적으로 사라지고 말았겠죠. 결과적으로 고려가 살아남았던 것은 양규 장군과 큰 연관이 있는 듯 싶습니다.

띠지에서부터 흥미를 자극합니다. 400000 대 700. 숫자로만 봐도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해낸 것이 고려의 전사, 결사대 들이었습니다.


 

상편에 비하면 기록 시간이 상당히 깁니다. 1010년 11월 26일부터 1011년 1월말까지의 이야기인데요. 무너질 것만 같았던 통주성을 양규 장군이 지켜냅니다. 하지만 거란은 양규 장군을 피해 남하하게 됩니다.



 

결국 거란군은 개경에 접근하게 되었고 고려의 왕 현종은 몽진을 선택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나주까지 가는 와중에 강감찬 장군이 감악산에서 거란군을 저지하는 역할을 맡게 되기도 하지요.



 

돌아가는 거란의 대군을 양규 장군과 김숙홍 장군이 끈질기게 공격하며, 그 와중에도 피난민들을 보호하려다가 전사하고 맙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는 역사의 한 부분이죠. 이런 역사의 흐름을 대화와 더불어 세세하게 묘사한 저자의 글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거란이 패퇴한 뒤 수습하던 고려군 정성 장군은 이관 장군의 시신을 염하다가 이런 글귀를 발견합니다.

이 땅에 침략 무리

천만 번 쳐들어와도

고려의 자식들

미동도 하지 않는다네

후손들도 나같이 죽음을 무릅쓴 채 싸우리라 믿으며

나 긴 칼 치켜세우고

이 한 몸 바쳐 벼락같이 내달릴 뿐이라네

p. 441, 도순검사이자 형부낭중 양모가 홍위위 초군 대정 이관에게

양모라는 것이 양규 장군인데, 어떤 마음으로 저런 글귀를 이관 장군에게 남겼을지 짐작이 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감정적으로 북받쳐 오르는 경우는 잘 없었는데, 찌르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귀를 남기면서 나라에 대한 애국심과 백성들에 대한 사랑을 떠올렸을 양규 장군의 모습을 생각하면 말이죠.

이런 영웅들의 피로 2차 고려 거란 전쟁을 막아냈지만, 이후에도 거란이 끊임없이 고려를 침공합니다. 그러나 고려는 꿋꿋하게 나라를 지켜냅니다.

 

서희의 달변으로 막아낸 1차 전쟁, 양규와 피를 흘린 많은 백성들의 희생으로 막아낸 2차 전쟁, 학생 때 아, 그렇구나 하고 알고 넘어갔던 역사적 사실을 이렇게 자세하게 알게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40만의 군세를 흥화진에서 양규 장군의 지략으로 막아내며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던 고려의 운명을 살려낸 이야기. 정말 난세의 영웅이란 어떤 것인가 다시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잘 보거나 하지 않지만, 이번에 이렇게 소설을 읽고 나니 완주(?)해야 겠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차오릅니다. 우리 역사를 잘 알고,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장난으로 국뽕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정말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역사적 사실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고려와 거란의 전쟁, 그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 드라마 보시면서 원작 소설이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서평은 #북유럽카페 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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