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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 문학×커피 더 깊고 진한 일상의 맛
권영민 지음 / &(앤드)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큰 아이를 키우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위해 자주 찾던 커피숍. 그렇게 시작된 나의 커피 인생. 지금은 하루에 한잔은 기본, 욕구를 이기지 못하면 두잔도 겁없이 마시곤 한다.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정도이고, 서울의 중심부에는 비싼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즐비하다.
전국민의 커피 사랑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엄연히 하나의 문화현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커피, 조금은 더 자세히 알고, 문화적으로( 나는 책을 좋아하니까, 뭔가 이론적인) 접근하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다. 그렇다고 전문 서적을 찾아서 커피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유행하게 되었고 등등을 나열한 책은 전공서적같아서 싫고. 그러던 찰나에 만난 #커피한잔.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커피의 문화. 2장 문학 속의 커피. 3장 커피의 공간, 카페. 1장의 시작은 가볍게 커피의 역사를 훑어본다. 공부할 필요는 없다. ‘아하, 커피가 이렇게 저렇게 나에게 왔구나. 흥미있네.’ 하고 넘어가면 된다. 중간중간 역사 이야기에 가미된 교수님의 경험이 색다르다. (예를 잠시 들자면, 나는 루왁 커피를 아주 운좋게 얻어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맛이, 음, 잘 모르겠고, 진짜 이게 비싼 커핀가 싶었다는 기억. 그런데 원래 루왁커피가 그렇단다. 심심하고. 그 강하지 않은 그 맛이 매력이라는 것이다. 내가 마신건 그 비싼 루왁커피가 맞았나보다.)
2장으로 넘어가면 내 흥미를 끄는 문학이 나온다. ‘커피 잔을 들고’ 김기림의 시, 시인 이상이 꾸린 ‘제비’다방. 이상의 다방이다 보니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인들이 얼마나 많이 드나들어겠는가? 그 이야기가 흥미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나는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라고 알고 있었다.)’ 속에서 주인고 구보씨가 하루에 무려 세번 같은 다방에 방문한다. 그 다방이 유명한 ‘***’.
3장에서는 장소, 즉 카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어나가진다. 다만 작가가 국문학을 연구하하시던 분이라 모든것이 문학과 어우러져 풀린다. 최근 시를 알게되고 그 맛에 취해서 하루에 한두개씩 시를 보고 읽고 필사하는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정지용의 ‘카페*프란스’라는 시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있던 정지용같지 않았다. 로마, 일본의 카페들 이야기가 역시나 문학과 함께 풀려있다.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기만 하던 나에게, 커피의 종류가 이렇고 저렇데 정도를 구분할 줄만 알던 내게 이제는 작은 문학적인 소양이 더해졌다. 알은체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커피를 책을 읽기전의 나와 책을 읽은 후의 내가 다른 맛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커피와 문학을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정말 권하고 싶다. 국문학 교수님이 쓰신 책인데 너무 재밌는거 아니오!!
*출판사에서제공해준책입니다*
나의 어깨에서 하루 동안의 모든 시끄러운 의무를 내려주는 짐 푸는 인부의 일을 너는 캘리포니아의 어느 부두에서 배웠느냐?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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