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페르닌은 ‘지금 이 순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잔잔한 파도 소리에 눈을 떴다. 페르닌은 동이 트지 않은 창밖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기생생물이라는 걸 알리듯 그의 옆에는 이자르가 찰싹 달라붙어 자고 있었다.
하얀 이불자락에 흐트러진 머리칼로 눈이 갔다. 그것을 매만지던 페르닌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이토록 평온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그의 머릿속에 어린 시절이 스쳤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던 때와 대비되자 별것 아닌 이 순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