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첩에 횃불을 밝히면 안에서 밖을 내다보기보다 밖에서 안을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이성구는 말했다. 임금은 김류의 소견을 물었다. 불빛은 안팎에 고루 미치는 것이므로 성첩에 불을 밝히면 내다보기도 좋고 들여다보기도 좋을 거라고 김류는 대답했다. 묘당의 논의는 저물녘에 끝났다.
성안에는 비축해놓은 송진이나 어유(魚油)가 없었고, 젖은 겨울소나무를 잘라서 관솔불로 쓸 수도 없었다.
청병의 주력은 강가에 있었다. 주력은 다가오지 않았지만 겨누어지지 않은 힘이 성을 조이고 있었다. 분명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성벽을 집적거리지 않는 날에도 청의 잠병들은 조선 초병의시야 안에서 산발적으로 총포를 쏘고 연기를 올렸다. 조선 초병들이 연기를 겨누어 총포를 쏘면, 연기 속에 청병은 없었다. 청의잠병들은 매복 진지에서 벗어나 토끼굴 같은 이동 진지를 따라빠르게 움직였다. 연기는 곳곳에서 올랐다. 청의 잠병 부대는 조선 초병들을 성벽에 붙잡아놓았고, 병조는 전 병력을 총안 앞에배치했다. 겨울은 깊어갔고 싸움이 없는 날에도 성은 말라갔다.
노복들을 모두 성첩으로 올려보내, 호조는 관량사에 인력을 배치할 수 없었다. 관량사는 번을 마치고 내려온 노복들을 다시 부리자고 주달했으나 병조가 반대했다. 관량사는 곡식을 찧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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