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파도 파도 파도
이정록 지음, 윤정미 그림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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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파도 파도 파도 (이정록 동시집/창비)

제가 가르쳤던 6학년 아이가 이정록 시인의 청소년 시집 <까짓것>을 참 좋아했어요. 그당시 매주 <아름다운 책>이라는 필사 숙제를 내곤 했는데, 이정록 시인의 시를 자주 필사해 오곤 했죠.

이정록 시인의 동시집 <파도는 파도 파도 파도>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동시의 매력에 푹 빠집니다.

개인적으로 ‘무릎’이라는 시가 가장 와닿았어요.

**무릎**

알전구에서
깨지기 쉬운 부분이
가장 밝은 빛을 뿜던 곳이다.

병아리 부리가 깨고 나오는 곳도
달걀의 가장 약한 부분이다.

콩알도 부드러운 껍질을 찢고
싹이 트고,
지구도 가장 무른 땅을 뚫고
샘이 솟구친다.

자주 넘어져 깨지는
무릎에서,
커다란 내가 뚜벅뚜벅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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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약함을 딛고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생명력!
시인 특유의 유머로 ‘피식’하고 웃게 만드는 시들도 많아요.


**고래**

고래는
식물이에요.

고래?

저 꼬리지느러미를 봐요.
쌍떡잎이 피었잖아요.

고래?

해녀들은 바다를 밭이라고 하잖아요.
미역, 소라, 멍게, 해삼도
바다 작물이에요.

고래?

아침 독서 시간에 제가 이 시를 읽으며 피식거렸더니, 한 아이가 나중에 와서 물어보더라고요.
선생님, 그 책 재밌어요? 선생님 계속 웃으면서 책봤어요.

그래서 저는 그 아이의 손에 이 동시집을 건네 주었어요.
“내가 어느 시를 읽고 피식 웃었는지 맞춰볼래? 너도 피식 웃게 된 시가 있으면 꼭 알려줘.”

시인의 말을 읽고 마음이 뻐근해집니다.

“이 동시집은 나의 36번째 책이에요. 원고지가 뭔지도 모르던 바보가 많이 컸네요. 나는 늘 ‘아직 오지 않은 나’를 기다려요. 나는 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마음과 정신의 성장판은 백 살이 넘어도 자란대요.”

동시,
저에게는 여전히 멀고도 어려운 장르에요.

그럼에도, 이렇게 잘 여문 동시집 한 권씩 톡톡 까서 읽다 보면
제 마음도 더 자라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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