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을동이 있어요 알맹이 그림책 71
오시은 지음, 전명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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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을동이 있>

 

제주 4.3으로 사라진 마을이 100여 개 있다. 제주도민 단골 산책코스 별도봉을 지나서 올레 18코스를 걷다 보면 화북동으로 가기 전에 또 하나의 잃어버린 마을을 만날 수 있다. 그 잃어버린 마을의 이름이 곤을동이다. 물이 고여 있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곤을동은 집터와 밭담 흔적만 남아 있다. 인터넷 위성지도로 찾아보면 주변에 그 어떤 건물이나 집 한 채조차 없는 정말로 사라진 마을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에서는 곤을동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곤을동이 있었어요가 아니라!

 

이 그림책은 곤을동이 얼마나 사람들의 온기가 가득한 곳이었는지 포근한 문구와 서정적인 그림으로 4.3 사건 이전의 따스했던 제주를 보여준다. 그래서 너울거리는 불길 이후의 장면이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책장을 걷다 보면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해 세웠다는 방사탑이 눈에 들어온다. 실제 곤을동 터에 가면 방사탑이 하나 남아 있다. 평화로운 마을에 불어닥친 4.3의 광풍을 막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꿋꿋이 남아 있는 방사탑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지금도 곤을동이 있다고, 4.3을 기억하라고, 평화를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며 살아가라고 말이다.

 

4.3을 다룬 또 하나의 그림책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좋은 책을 펴내 준 작가님과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덧붙여 곤을동에 대해 전혀 몰랐을 독자를 위해 추후 2쇄에서는 곤을동의 위치가 나온 제주도 지도와 현재 곤을동의 사진이 부록에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에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담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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