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고 싶지 않아! 마음을 쓰담쓰담 1
유수민 지음 / 담푸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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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괜찮아요! 이렇게 많은 걸 하면 공은 언제 줍겠어요?”

오소리야, 너는 너를 더 보살펴야 해.”

 

집에 놀러 오신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처음으로 읽어주고 있었다. 나는 설거지를 하면서 드문드문 들려오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부분을 들은 그 순간, 모든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다.

 

너는 너를 더 보살펴야 해.”

 

나는 나를 잘 보살피고 있는가?

내가 행복해야 내 주위를 좀 더 넉넉한 시선으로 둘러보고 행복을 나누어 줄 수 있는데,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질문을 주는 책이었다.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고도 힘이 되었다. 싫을 때는 안 해도 괜찮아,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기 전에 너의 마음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봐.

 

자기 마음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제멋대로인 아이들도 있지만, 그런 목소리 큰 아이들에 가려져 다른 사람을 더 살피며 자기 마음을 꽁꽁 누르는 아이들도 있다. 이 그림책은 그렇게 자기 마음을 짓이기며 자발적+타의적으로 착한 아이가 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하면 정말 행복하냐고.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지금 나의 힘든 점을 얘기해 보고, 나를 위한 처방전을 스스로 내려보고 실천해 보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림이다. 작가 소개에서 보니 유수민 작가님은 서양화를 전공하셔서인지 그림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다만,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셨기에 주인공 오소리의 마음이 변화하는 것을 글로만 풀어내기 보다는, 오소리 자체의 변화를 색이나 크기고 살짝 알아볼 수 있게 힌트를 주셨더라면 더 재미있게 그림책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오소리의 성장을 그리고 있으므로 오소리를 둘러싼 배경의 채도라든가, 오소리의 크기, 또는 오소리 마음의 작은 표식 등. 글과 그림을 같이 작업하는 작가가 잘 나타낼 수 있는 부분들을 다음 작품에서는 생각해 보신다면 더 훌륭한 차기작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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