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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국수 금지
제이콥 크레이머 지음, K-파이 스틸 그림, 윤영 옮김 / 그린북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국수를 너무나 좋아하는 이 책의 주인공 국수광코끼리.
이름과 그 조합이 참 재미있다. 국수를 좋아하는 코끼리라니,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 둘의 묘한 조합은 그림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힘이 된다.
저마다 다른 점을 지닌 동물들이 많은 동물 마을에 엄청 잘난 체 하는 이웃이 등장한다. 바로 캥거루들이다. 보통 동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에서 악역은 늑대나 사자 등 힘이 센 육식동물이 맡기 마련인데, 캥거루가 악역으로 등장한 것도 참 신선하다. 캥거루들은 본인만을 위해 법을 만들고, 본인들 외에는 법을 만들지 못하도록 한다. 이에 대해 다른 동물들은 불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의하는 대신 차선책을 찾아 그냥의 생활에 만족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동물에 빗대어 나타나 있지만, 우리 삶과 정치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공정함의 잣대를 잃은 채 멋대로 휘둘리는 법, 불편하고 불만스럽지만 당장 살아가는 일이 급하여 불편함에도 참고 살아가는 소시민들... 그러다가 참지 못하고 정의를 외치는 송곳같은 사람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이 책속의 주인공 국수광코끼리처럼 말이다. 국수광코끼리는 평범한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은 감옥에 갇혔다. 수많은 정의의 투사들이 그랬듯이. 하지만 동화책답게 이 정의의 투사는 의외의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그림책 한 권을 읽으면서, 나는 불공정함과 불평등함에 대해 얼마나 민감성을 갖고 살아가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동물들이 나와서 분위기는 가볍고 재미있지만 이 안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분명하고 확실하다. 간만에 좋은 그림책을 만나서 참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