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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다 보니 결승선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데비 월드먼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9년 9월
평점 :
이 책의 표지가 나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보청기를 끼고 다니는 옆 반의 한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에도 이 보청기는 생소한가 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들이 와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귀에 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렇다. 이 책의 주인공 에디는 어렸을 때부터 귀에 문제가 있어 보청기를 낀다. 하지만 귀의 문제에 대해 자신을 비관하지 않으며, 원치 않는 소리가 들리면 수신기를 꺼버리는 등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행동한다. 그런 에디가 친구 루시를 따라 육상부에 들어가게 된다.
세상이 그렇듯, 육상부에도 에디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한가득 있다. 에디가 무얼 하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썩은 덩굴들 친구들을 비롯해, 달리다 보면 귀에 고이는 땀으로 인해 부식된 보청기의 수은 전지, 달리기를 할 때 함께 완주하고 싶지만 체력이 부족한 친구 루시까지... 이런 장애물들을 넘어야 할 때, 에디는 뚝심 있게 앞으로 밀고 나갈 뿐이다. 자기의 장애를 이용해 동정표를 얻으려고 하지도 않고, 편법을 쓰지도 않는다. 그런 당당한 에디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 내용은 스포이므로 여기서 생략.)
주변에 청력에 문제가 있는 아이가 있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청각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분이 이 책을 썼기에, 내용이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특히 그 아이와 함께 하는 친구들도 이 책을 함께 읽으면, 마음으로 그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다. 외국 아이들이라서 처음에 등장인물 파악이 다소 힘들다. 책 서두에 간단한 등장인물 소개를 실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다른 비밀을 가진 시에라에 대한 이야기가 주인공의 짐작으로만 끝나는 점이 아쉽다. 시에라의 등장 자체가 참 신선했기에, 저자가 시에라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