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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을 전하는 아이 ㅣ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평점 :
동학농민 혁명이 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여 구성된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이야기가 쉽게 쓰여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주인공 아이의 강한 의지가 동인으로 작용하여 서사가 막힘없이 전개되고 있다. 주인공 아이는 아버지가 들려준 “아주 주요한 서찰이다. 한 사람을 구하고, 때로는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는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뼈에 새긴 듯 각인을 한다.
갑자기 닥친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아이는 아버지의 말 때문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아버지의 소명을 대신하기 위해 전라도 땅으로 가기로 결심을 한다. 비록 보부상의 아들로 자라면서 3년여 기간 동안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생활하였지만 아버지의 이동공간은 춘천과 서울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아이의 다짐은 다소 설득력이 미흡해 보인다.
아이가 누구에게 전해줘야 하는 지도 모르는 서찰을 가지고 전라도로 가기로 마음을 다짐하는 데는 좀더 강인한 요인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러지 못한 것은 작가가 이미 설정해 놓은 플롯을 따라 가다보니 인물이 단선적인 면을 취하게 된 것 같다.
이 동화는 설화적인 요소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주인공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그것을 이겨내고서 결국 자신에게 주어지는 임무를 완성해 내는 구도가 흡사하다. 그리고 주인공이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신비한 능력을 지내게 되는데 이 동화에서는 커다란 바위 샘물을 마신 뒤 아이가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의 병이 낫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다는 점이다.
이처럼 판타지 동화에서 볼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주인공이 지니다 보니 인물들의 갈등이 현대동화에서처럼 입체적이지 못하고 단선적인 상태에 머물고 만다. 이와 같은 현상은 주인공에게 우호적인 인물들을 불러오게 되고 사건들도 주인공이 목표를 이루는데 별다른 어려움을 주지 못하게 된다. 결국에는 주인공이 결정적으로 겪어야하는 어려움의 강도가 미약해지고 쉽게 해결되고 마는데 이 동화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보인다.
주인공은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커다란 고난을 겪지 않는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다 우호적으로 아이를 도와준다. 아이는 그가 이겨내기에는 쉽지 않은 난관에 봉착하지 않는다. 별 어려움 없이 서찰을 전해줄 이를 알아내게 되고 서찰을 전하러 길을 가면서 목격하게 되는 것들로 서사가 진행된다. 역사 속 사료들을 이용해 서사를 진행하고 있어 독자의 흥미를 끌어당기는 점은 좋아 보이지만 그 이상의 역할은 없어 보인다. 인간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관심도가 높아지고 집중력을 쏟게 된다.
어두운 산속에서 뒤따라온 발자국 소리가 난관에 직면하게 되는가 하는 긴장감을 불러오지만 이 또한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난관을 극복하는 장치로 이용해버려 긴장감 및 작품의 밀도가 약해진다. 특히 암자에서 목숨을 구해준 스님의 당부로 찾게 된 백양사에서 주지스님의 병을 낫게 해주고 녹두 장군을 만나 서찰을 전해주는 것들이 이곳까지 오면서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너무도 쉽게 일사천리 해결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