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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
유채화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삶의 중반을 넘어서며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정작 내 안의 소중한 기억들은 먼지 쌓인 채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 시집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유채화 시인의 《그리움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제목부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시집의 문을 열면 '꿀꿀이 죽', '동동구루무' 같은 정겨운 시어들이 40대인 저의 유년 시절을 소환합니다. 저자는 추억이 글자가 되고, 그 글자들이 모여 집을 지었다고 말하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그 따뜻한 집 안으로 초대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제1부의 '내려놓기'와 제3부 '존재의 사유' 파트는 사회적 책임과 무게감을 견디며 사는 중년 남성들에게 큰 위로를 건넵니다. 소설처럼 술술 읽히면서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독특한 구성 덕분에 시가 어렵게만 느껴졌던 분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잊고 지낸 그리움의 온기를 다시 느끼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