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바람을 타고 ㅣ 허블청소년 5
추정경 지음 / 허블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추정경작가의 작품을 오랫만에 다시 만났다. '열 다섯에 곰이라니'의 아주 참신한 스토리가 인상깊었던 작가이다. 똥꼬발랄한 청소년 소설작가로 생각했다가 이 소설을 읽고 이렇게 영역이 넓은 작가였구나 싶었다.

​


타임슬립과는 다소 다른 시간여행자가 된 수정은 절친인 지웅이가 양자 정보를 스캔해서 원하는 시간대의 특정 인물의 뇌파를 찾은 다음, 현재 인물의 뇌파를 그 시대의 몸에 동기화시키는 프로그램에 의해 1759년의 수의 몸으로 이동한다.

DNA 유사성이 단 0.01%라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그 시대의 수는 현시대 수정의 조상인 셈이다.

​


왜 수정은 조선의 수에게 닿게 되었을까. 소설은 조선시대 실록을 보관하는 오대산 사고로 향하는 춘추관 행렬의 여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로지 발품으로 닷새가 걸려야 하는 길이다. 귀한 말을 빌려 타려던 관리가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우연히 말을 얻어타게 된 수겸. 절친인 사홍의 어이없는 장난으로 빚어진 일이었다.

​


수겸과 사홍은 고작 정구품 기사관이었다. 그 고단한 여정에 참봉 둘이 미리 나와 일행과 함께하게 된다. 그중에 키가 작고 얼굴이 병약해보이는 사내 하나와 눈이 마주친 수겸은 덜컹 가슴이 내려앉은 것 같아 급히 눈길을 피하게 된다.

이렇게 조선의 수겸과 수의 인연이 시작된다. 두 참봉은 이강과 수가 조선시대에 살았던 조상의 몸을 빌린 것이었다. 

사홍은 단박에 수가 여인인 것을 알아챈다.

​


수겸과 수의 인연은 예정된 것이었을 것이다. 시대를 넘다들며 각인될 수밖에 없는 운명.

춘추관 행렬의 여정에서 두 사람의 연정은 싹이 트게 되고 이런 기적같은 일은 헬리혜성이 나타나는 순간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헬리혜성이 사라지면 시간여행도 끝나게 된다.

수겸은 몰랐고 수는 알았다. 자신은 현시대로 돌아가야 하고 수겸은 남아야 한다는 것을.

​


애틋하고 가슴아픈 러브스토리 사이 사이 위트와 유머도 넘친다.

춘추관을 이끄는 봉교를 따돌리기 위해 사홍이 토사곽란 사건을 꾸미고 혹시라도 자신도 토사곽란에 전염되지 않을까 줄행랑을 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운명의 인연을 다시 만나기 위해 자신의 후손의 유전자에게까지 기억을 전하려는 간절한 바람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무엇보다 조선시대의 역사를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고증하고 입히다니..저자의 노력은 역사책을 보는 듯 생생하고 그 시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간절한 사랑이 가슴을 울린다.

무능한 내 글솜씨로는 이 여정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애통할 지경이다. 멋지다 추정경! 추앙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