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함을 사랑하기
이창현(코유) 지음 / 고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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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함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뭐든 선명하고 확실하고 똑 부러지는 것이 더 좋다.

내 성격도 좀 그런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도 뭐 그렇게 선명한 편은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헐겁고 틈이 많은 편이어서 자격지심같은게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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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돌이 정맞는다'라는 말은 좀 둥글둥글하게 살아야 풍파가 적다는 의미일 것이다.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도 주목받게 되고 이슈가 있을 땐 가장 먼저 공격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좀 '애매하게' 살아가는게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의도된 애매함을 연출한 정도면 오히려 완벽에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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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만 급하고 뾰족했지 제대로 한 것도 없는 내가 누구에게 선명해지라고 하겠는가.

문득 자책이 밀려온다. 대표메뉴가 없네. 애매하다기 보다는 어중띠다, 어중간하다가 더 맞았던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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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이 하는 일들을 차곡 차곡 치고 들어오는 시대가 되고보니 그동안 기계처럼 일만 해왔다고 한탄만 했던 베이비붐시대의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떠오른다.

'인간은 성과를 내는 기계가 아니다'. 맞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는 기계같은 성과를 요구했었다.

성과가 없으면 실패라고 여겼다. 이제 그런 성과, 숫자에만 매달렸던 시간들을 쫓아버려야 한다.

이미 기계가 그 일을 대신하고 있으니 굳이 내가 기계처럼 일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뒤를 따르는 후배들에게 적당히 느슨해서 우리 만큼의 성과가 없다고 타박하지 말자. 그게 어른의 자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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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많은 편이어서 그런가 추리소설같은 장르를 몹시 좋아한다.

누구든 범인처럼 보이고 마지막에 내가 상상했던 혹은 상상치 못한 인물이 범인으로 드러나면 엔돌핀이 솟구친다. 그런데 현실에서 누군가 나를 의심한다면? 나같이 정직하게 솔직하게 살아온 사람에게? 문제는 다른 사람이 나를 의심하는게 아니고 내가 나를 의심하는게 더 문제라는걸 아는 순간 몸이, 마음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 그랬다. 

너라도 너를 사랑해주라고. 그래야 남들도 너를 사랑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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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 키우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밥을 먹지 않고 뭔가 좀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날 것을 예감하지 못했었다. 14년을 조금 못채우고 갔으니 수명대로 살다갔는지 잘 모르겠다.

한참을 울다가 매일 마주하고 의지하던 남편은 얼마나 마음이 무너지고 있을지-시골집에 남편과 같이 살았던 반려견이었다-생각하니 감히 나는 그 앞에서 울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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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사랑하는 법'

그래, 내가 좋아했던 배우도 떠나고 가족같았던 강아지도 떠났다. 모든게 영원할 수가 없지.

'모든 건 끝끝내 죽고 사라진다'라는 말이 가혹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아픔을 떠나보내는데 이만한 조언도 없다. 시작도 예감이 없었다. 잠시 인연으로 왔다 갔으니 감사할 뿐이다.

우리에게 와서 조금이나마 행복했었다면 좋겠다. 안녕 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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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얇은 사이즈에 엄청난 무게의 인생이 담겨있었다.

100권쯤의 철학서를 읽은 느낌이다. 그리고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을 해석한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주인인 삶, 내가 군주인 삶을..살아내기에 천군만마같은, 내 편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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