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케 호모'라는 의미가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였다. 요한 복음서에서 빌라도가 가시관을 쓴 예수를 군중에게 내 보이며 한 말이라는데 예수의 고난을 조롱한느 의미라고 한다.
혼불문학상 수상작은 거의 읽은 편인데 이렇게 SF적인 장르가 수상한 적은 없었다.
다소 난해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기우였고 꽤나 재미있고 흡입력이 있었다.
다만 인류의 미래를 그린 작품들 대다수가 그렇듯 다소 우울하고 암담해지기는 한다.
자연을 마구 써재키더니 발생한 기후위기, 지금도 멈추지 않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전쟁..이러니 인류의 미래가 좋을리가 없지 않은가. 작가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뻔히 보인다. 그래서 미래장르는 읽기가 겁이 좀 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심사평에서도 말했듯이 암담한 미래에서 뭔가 추리적인 요소와 희망을 기대하기 때문에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이 없는 세상이라니...상상하기 싫다. 지하철역에서 발견되어 서브라고 이름지어진 소녀는-사실 이 소설에서 성의 정체성의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다만 인간이라는 족속, 특히 남자라는 족속들은 멸망의 위기를 겪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동물의 근성이 있다는걸
증명하는데 결국은 등장하고 마는 장면에서 탄식이 절로 나온다.
성의 차별성보다는 인간성의 차별이 더 선명하다.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는' 하지만 아무리 친절한 사람이 많아도 결국 한 명의 독같은 존재가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설명에 반론을 하기 힘들다.
막연하게 멸망을 예감하지만 또 막연하게 메시아를 기다리는 인류의 희망은 지구를 탈출하는 마지막 우주선을 탄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그래도 인류는 어떻게든 이어갈 수 있겠구나.
결국 이 소설을 이끌어 간 두 사람-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지만-의 존재는 독자들에게 맡기고 슬쩍 빠져나가는 작법이 탁월하다.
인간이 아닐 것이고 신이라고 하기에도 그런 어떤 존재들의 여정이 힘들기만 하지는 않았다.
꽤 재미있다. 왜 문학상 수상작이 되었는지..생각보다 가벼운 책이었지만 몰입감이며 나를 붙드는 힘은 엄청난 소설이다. 오수완이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