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의 문기 - 세계가 높이 산
최준식 지음 / 소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나이 드신 분들은 예전에 비해 삶의 질이나 내용면에서 엄청나게 잘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들간의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지다보니, 눈앞에 이익에만 급급해지고 마음의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내고보면 인생은 길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제한된 삶임에도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듯 아쉬움을 갖고 하루 하루를 보낸다.
그것은 정체성의 상실로 인해 우리의 모습을 잃고, 남의 것만 쫒아다니고 허우적거리다 삶을 낭비하고 만다. 오늘날 사회풍조가 대충주의,한탕주의,흥청망정주의로 변해가며 우리 것을 다 잊고 있다. 저자인 최준식교수님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신기(神氣)와 문기(文氣)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삶, 자긍심 넘치는 신명나는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의 문기(文氣)'라는 주제로 그동안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지식. 아니 솔직히 제대로 알지 못했던 우리 문화에 대해 구어체 형식으로 편안하게 가르침을 준다. 국사책에 조금 언급된 '고려대장경''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그리고 '직지심체요절''무구정광 다라니경'에 관한 세세한 지식과 뒷이야기는 따분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혀진다. 이번 기회에 앞으로 우리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하고 세계에 알려야 하는지도 진지한 고민과 반성의 시간도 가져 본다.
우리의 기록문화가 세계에 알려지고 유네스코에 지정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는데, 특히 직지심체요절을 밝혀낸 박병선 박사, 한글금속활자 을해자 발견의 이재정 학예사, 전란중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선비 안의, 송홍록 등 또한 이 책에는 한글의 위대함외에도, 금속활자본과 목판본의 중요한 차이점, 대장경이 갖는 의미, 실록과 일기의 구분과 의미, 조선의 의궤에 관한 이야기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교양서적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한글이 정보화 시대에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최근에 시아버님의 핸드폰을 교체해드렸더니, 넌지시 문자보내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5분정도 설명해 드렸는데, 조금 연습하시더니 금방 문자를 보내셨다. 사실 이번 책을 읽기전에는 솔직히 우리 한글이 그렇게 위대한 줄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오음을 바탕으로 10개의 버튼만으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전달할 수 있고, 일흔이 되신 어르신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이나 국가나 민족의 숨은 힘은 문,지식의 힘에서 나온다. 아무리 가난해도 집안에 책을 소장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전통이 있었기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 세계 최대의 역사 기록물을 가지게 되지 않았나,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알고, 지켜내고, 발전시켜, 온전히 후대에 전달해주는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일간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 스크랩하고 마무리한다.
10월19일자 동아일보 과학면에 고등과학원 수학부 최재경교수가 그는 알파벳 ‘v’는 완벽한 ‘ㅂ(비읍)’으로 발음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한 획을 뺐다. ‘f’ 역시 ‘ㅍ(피읖)’보다 약하게 들려 한 획을 뺐다. 물론 ‘v’ 발음에 가깝지만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순경음비읍(ㅸ)도 있다. 하지만 획수가 너무 많고 음절 하나가 너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잠시 관심을 접고 수학자의 길을 걷던 최 교수가 글자를 다시 추가한 것은 11년 전. 포스텍(당시 포항공대)에 재직하던 그는 z, ð, L 발음을 표기하는 자음 3개를 더했다. 그는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 따라 ‘ㅈ’에 한 획을 붙여 만들었다. 영어 정관사 ‘the(더)’에서 ‘ð’ 발음은 ‘ㄷ’을 시계방향으로 돌려 표기했다. 한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thank’의 애매한 ‘L’를 발음은 ‘ㅆ’ 대신 바꿨다.
10월26일자 동아일보에 국어학자인 이응백 서울대 명예교수가 반박 기사가 나왔다.
훈민정음 제자해(制字解)의 용자례(用字例)에는 순경음(脣輕音)이 나온다. 순경음을 국제음성기호에 맞춘다면 ‘ㅸ’은 [v], ‘ㆄ’은 [f]에 해당한다. 그리고 ‘ㅿ’는 [z]에 해당하므로 [v f z]를 위해 새로 글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문제는 [ð] [i]인데 이는 규정에 없으므로 글자를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것도 순경음의 예에 준하여 [ð]는 ‘&’, [i]는 ‘’’로 하면 어떨까. 훈민정음 제자해(制字解)의 용자례(用字例)에는 순경음(脣輕音)이 나온다. 순경음을 국제음성기호에 맞춘다면 ‘ㅸ’은 [v], ‘ㆄ’은 [f]에 해당한다. 그리고 ‘ㅿ’는 [z]에 해당하므로 [v f z]를 위해 새로 글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문제는 [ð] [i]인데 이는 규정에 없으므로 글자를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것도 순경음의 예에 준하여 [ð]는 ‘&’, [i]는 ‘’’로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