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마음 한구석 진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조국과 거주국의 틈바구니에서 사는 '디아스포라'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조선인이라는 멍에를 안고 슬픔과 가난을
견디면서 살게 된 사람들.그들에게 산다는 것은 절망이요,
좌절이고, 슬픔이고, 외로움이었다.
원래 '디아스포라'의 어원은 '디아스페레인'
'여러 방향으로 씨를 뿌린다'는 뜻이지만
유대인이 바빌론유수이후 팔레스타인 밖으로 강제이주 당하는
역사적 고난의 체험을 말한다. 그러나,최근들어서는 제국주의나
식민주의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난민, 이주노동자, 망명자,
소수민족 공동체등을 포괄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로 인해 중앙아시아, 만주나 일본땅으로 이주했던
조선인 디아스포라도 낯선 타국땅에서의 학대와 조국에서도 살 수
없는 현실사이에서 '진정한 조국'이 무엇인지에 대해 방황하게 된다.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학대, 전쟁의 참상,
이러한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상냥함'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을 걱정하는 마음이라며...
아버지는 묵묵히 두 아들만 데리고 (막내 세째는 입양보냄)
가난속에도 조선인의 긍지를 가지고 살지만,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어느날, 두 아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자살을
시도하지만 두아들의 만류로 천장이 무너지면서 극적으로 살아난다.
아버지가 다시 살아있다는 기쁨을 통해 살려고 하는 힘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된다. 다시 가족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엄마가 없어 그토록 싫어했던 수업참관일에 아버지가 일하다 말고
학교를 찾아와서 아들 얼굴만 확인하고 그냥 돌아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속에 부모의 사랑과 조선인의 슬픔을 엿보게 된다.
여전히 나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이 계속되면서,
김치와 마늘 냄새로 인한 학교에서 급우들과 싸움을 하게 된다.
배우기를 간절히 바라는 큰 아들의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결국은 교과서를 불태우며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한 형이 타지로
떠나면서 갈등은 증폭되어 가지만, 서로간의 가족애는 여전하다.
그러다가 사카이 선생을 만나,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인간으로서
긍지와 인간이 지녀야 할 용기와 자립심을 배우게 된다.
그동안 폭력을 일삼는 미숙한 인간성을 벗어나 참된 인간이 되려고
했을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점도 알게 된다.
해방을 맞이한 아버지는 담담하기 그지없다.전쟁에 진 일본인을
인간으로서 진심으로 걱정하며, 일본 사람이 우리에게 한 짓을
용서해 줘야 진정한 해방이며, 일본 사람을 괴롭히는 조선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은 또 조선을 망하게 할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한다.
결국은 조국으로의 귀환도, 거주국에서의 동화도 하지 않고
거주국에서 독자적 정체성과 기본적 인권을 추구하며
민족문제를 넘어 인간 고유의 산다는 것 자체의 중요성을 담아
일본과 조선을 이해라는 노력을 시도하게 된다.
아버지와 사카이 선생님의 '상냥함'은 삶의 동력인 것이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조선인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알게 되었다.
책의 구입비의 일부가 조선학교의 터를 마련하기 위한 모금성격도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동참하는 기쁨도 누렸으면 좋겠다.
이제는 타국에 있는 우리 동포도 따뜻하게 안을 수 있는 품도
다같이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