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사랑 - 우리가 알아야 할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
다이앤 애커먼 지음, 송희경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천개의 사랑은 다양한 인간들의 사랑들을 말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사랑의 모든 것을 담고있어서일까. 무척이나 궁금증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무척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사랑의 역사부터 사랑에 대한 견해, 사랑의 본질, 사랑의 속성, 사랑의 풍속, 사랑의 모습들..이 모든 것들을 저자는 박학다식의 지식을 쏟아내고 있다. 단순히 이론서가 아니고 교양서로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사랑의 역사편에서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그리스에서는 오르페우스-에우리디케 신화, 로마의 오비디우스, 중세에서는 아벨라르- 엘로이즈의 사랑이야기, 근대에서는 돈후안과 카사노바, 19세기의 루소 바이런 셸리 괴테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스의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지옥의 문에서 데려올 때, 마지막 동굴에서 너무 일찍 돌아봐서 에우리디케가 다시 지옥의 문으로 떨어질 때, 우리 설화에서 뒤를 돌아봐 돌이 되버린 이야기가 생각난다. 또한 아벨라르는 천재적인 학자로 실재론과 유명론의 다리를 놓은 학설로 유명한 사람인데, 열정적인 사랑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접하게 되어 새로왔다.오비디우스와 카사노바가 행했던 애정행각의 내면도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
 
사랑의 견해편에서는 아리스토파네스가 향연속에 이야기했던 태초에 성별이 셋(남,여,자웅동체)이었는데, 제우스가 질시해서 이를 나누어 호모,레즈비언,이성애자가 생겼다는 내용, 스탕들의 연애론에서 사랑이 본질이 '환상'으로 보고, 마틸레에 대한 짝사랑을 하며 네종류의 사랑과 일곱단계의 사랑의 단계를 설명한다. 트리스탄의 신화에서는 사랑의 열정에서는 고통과 수난이 따른다는 점,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사랑을 기대, 기억하는 시간이라며, 부정적이고 자학적인 사랑을 논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존 보올비의 '애착이론'이 눈에 띤다. 사랑이란 애정으로 강한 유대를 맺는 것이요. 어렸을 때 애정어린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부분에서는 정신적 충격을 받은 '트라우마'개념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이 책은 '사랑'이라는 테마로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 뇌의 감정공장인 전두엽 눈썹사이 이마안쪽의 회백질 부위라는 점, '옥시토신'이라는 성분이 섹스후에도 여성은 껴안고 싶은 충동을 계속 지니고 있다는 점, 뇌를 흥분시키는 요소가 '페닐에틸라민' 또한 인간이 진화는 태초의 총기아강 물고기에서 시작했다는 것,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크로마뇽인으로 진화과정에서 모두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되어 왔다는 점, 그러나 얼굴은 자연선택이론이 적용되지 않고 성선택 섹시한 자만이 살아 남았다는 점은 흥미진진한 내용들이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렇게 포괄적으로 재미있게 저술한 저자에 깊은 감동을 받았는데, 생각해보니 작년에 읽었던 [미친별 아래집]의 작가였다는 점에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든다. 폴란드 바르샤바동물원을 배경으로 한 동물원장인 얀 자빈스키는 얀은 '프렌체스코'라는, 동물원은 '미친별 작은집'이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며, 폴란드 지하조직을 지원하는 이야기다. 저자의 지적탐구에 감탄할 따름이다. 사랑에 많은 것을 알게 되어 갑자기 머리는 충만해지고, 가슴은 뜨거워져 다시한번 감사한다. 이 책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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