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이진 옮김 / 이레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추석명절에는 성묘를 합니다. 정성스럽게 햇곡식과 햇과일을 준비해서 감사와 소망을 기원합니다. 저희는 조부모님이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모셔져 있습니다. 그당시만에 해도 화장하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가족회의를 거쳐 화장을 하고난 후, 시부모님도 종종 죽으면 화장을 하라고 하십니다. 죽음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은 죽음 그 자체뿐만아니라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전의 [인생수업]처럼 로스의 조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반성하게 합니다. 죽음이 단순히 고통스럽고 불행하다는 인식을 과감히 깨부셔 줍니다. 아니 한번쯤 누구나 죽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암을 비롯해 질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26만명이고, 해마다 새로 발생한 암환자가 12만명이 된다고 합니다. 합해서 36만명이 투병생활을 하고 이외에도 치매환자는 39만명을 넘는다고 하니, 환자와 가족이 암, 질병으로 인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숫자는 500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 인구의 10분1이상이 마음 한구석 우울하고 병원비등으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보험비로 어느 정도 치료비를 정산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환자는 환자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죽음에 대해 정신적 무방비, 공황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저역시 시어머니께서 오랜 병원생활로 그런 경험을 해보았고, 환자나 가족은 죽음에 대해 말자체도 꺼내서도  안되었고, 알아도 애써 외면하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의사 말한마디에 희비가 엇갈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하루에도 몇번씩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죠.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은 지쳐만 갔습니다.
 
그러한 불편하고 불안하고 두려운 죽음앞에서는 우리 인간은 너무나도 초라하고 불쌍해 보일 정도입니다. 책에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겪는 다섯단계, '부정과 고립, 분노, 협상, 우울, 수용'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주로 그 환자들과의 인터뷰와 세미나를 통해 정리해 놓았습니다. 로스는 어떻게 하면, 나약한 인간이 죽음에 당당해질 수 있는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찾아갑니다.
 
의료기술과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생명과 죽음은 그 가치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유언이나 생전의 존엄성은 없어지고 병원에서 치료의 객체로 전락되어 갑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병원이 서서히 인식되고 환자와 가족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환자나 가족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고 죽음을 두려움없이 받아들이는 법을 준비하고 배워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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