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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쿠 살인사건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샤라쿠살인사건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이었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고 이제야 다 읽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먼저 밀려든다. 그리고 책과 같이 배송된 그림엽서들을 찬찬히 보았다. 근대이전 일본 여성들과 무사의 그림이 많았다. 가끔은 풍경화, 동물화도 눈에 띄지만 일본 그림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은지라, 우리의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와 같은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저자인 다카하시 가츠히코는 어려서 의사인 아버지가 부업으로 운영하는 화랑에서 우키요에 그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우키요에를 한자로 옮기면 浮世繪(부세회).. 세상의 이런저런 일상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풍속화의 성격을 가진다. 사라쿠는 우키요에 화가중의 한 사람. 짧은 10개월동안 140여점의 그림만 남겨놓고 홀연히 사라진다.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샤라쿠가 누구일까?
아트 스릴러 형식의 이번 소설은 역시 우키요에 연구자인 사가씨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사가씨가 자살인가 타살인가, 무엇때문에 죽음에 이르렀을까, 주변의 등장인물이 하나씩 등장한다. 주인공 츠다, 츠다의 스승 니시지마 교수, 선배 고쿠후, 그리고 미술상인들..그러나 책의 중간부분까지 사건진행이 더디게 간다. 스릴도 없고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다. 아마도 눈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의 인명, 지명, 역사적 사건, 그림에 대한 설명들이 무차별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가라즈리기법등(p95), 아키타난화에 대한 설명(p173) 아키타번의 역사적 배경(p229~237)이 그것이다.
소설은 중반으로 갈수록 등장인물들간의 갈등이 계속되며 본격적 재미를 갖게한다. 여기에는 학계의 보이지 않은 권력, 위선들을 보여준다. 물론 우키요에 연구에 대한 견해차이로 양분된 학회사이의 암투는 이 소설의 가장 큰 근간을 이룬다. 그런데 양 학회의 수장인 사가씨와 니시지마 교수 마저 죽게되자,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지만, 책 후반부 츠다의 선배인 고쿠후의 유서속에 사건의 전말이 모두 나오고 일거에 사건이 해결된다. ( 이부분은 다른 독자들의 몫으로 읽어보시길 )
샤라쿠가 누구인가에 대한 애초의 호기심은 사실상 많이 반감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통속적 그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두번 읽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는 부분도 아마도 우키우에 화가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샤라쿠가 정말 누구인지는 작가도 독자도 명확히 알 수 없다. 역사적 진실은 그대로 묻혀져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