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리아드 (양장, 한정판)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송경아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일찍이 알렉산더대왕은 그의 스승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석을 해주었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전투편람'으로 여겼다고 한다.
동양의 삼국지와 비견될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일리아드>는
트로이아의 옛 이름인 일리온, 즉 '일리온의 이야기'란 뜻이다.
트로이아와 그리스의 10년 전쟁중 마지막 해에 일어난 전쟁을 다룬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걸작 [사이버리아드]는 '사이버'에 '일리아드'를
섞어 제목을 짓어다고 한다. 고대와 미래가 결합되는 기발한 발상이다.
큰 틀은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두 로봇(트루를과 클라포시우스)의
우주여행기다. 그러나 창조자의 타이틀에 맞지않게 뭔가 엉성하고
실수투성이 로봇들이다. 그래서 로봇이라도 인간적인 냄새가 풍긴다.
내용 구성은 단편 모음으로 13편이 실려있다. 그 중 게니우스왕의
이야기, 기계 세대이야기가 제일 길다. 이 단편들의 공통점은 한편의
판타스틱 동화를 읽는 느낌이다. 내용은 어렵지 않지만, 등장하는 숱한
고유명사의 패러디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책 밑에 주석이 꼼꼼이 달려
있지만, 기본적인 유럽문화에 대한 소양이 없어 읽다보면 멍한 느낌도
들기도 한다. 그래도 재미있다. 책을 읽다보면 만화속 주인공처럼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작품을 한마디로 축약시키기도 힘들다.
그 이유는 내용은 단순한데, 버무려지는 구성요소가 다양하면서도
언듯 모순되기 때문이다. 고대왕이 등장하면서도 최첨단 우주선,기계
복제가 나온다. 로봇이 창조자가 되고, 시인도 전자시인이라니,
도무지 우리의 통념을 완전히 깨부순다. 렘의 상상력에는 기존 관념의
한계나 경계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 과학, 철학, 문학적 요소까지
담아내고 있으니 소설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 궁금했었다.
어려서부터 여러분야 책을 읽어치운 렘은 상상력과 창조력이 뛰어났다.

과학지식 뿐만아니라, 의학, 생물학, 문학, 철학까지 모조리 섭렵했다고
한다.  아마도 렘의 창조적 사고의 바탕은 수많은 책을 다양하게 읽은 데
있겠지만,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오지
않았나 감히 추측해본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SF작가 렘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사실 렘의 작품은 처음 읽는다. 또 다른 작품 [솔라리스]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어려운 학적 탐구가 가득하다고 해서 읽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이버리아드]를 읽고난 후, 렘에 대해 더욱 알고 싶은
충동을 가지게 되었다. [솔라리스] 역시 이전에 출간되기는 했지만,
이번에 새롭게 초판본 한정 양장본이라 하여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책도 예쁘고, 종이질도 이 피곤하지 않게 배려한 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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