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단편으로 모아진 소설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단편을 한울타리에 넣어 이러쿵 저러쿵 하기도 힘들다.
"사육장쪽으로" 포함한 8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작에 이어 독자들에게 실망감을 주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젊은 작가의 개성넘치는 필치가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특히, 전작 "아오이 가든"에서 보여준 엽기적 소설묘사는 단편들이 계속
발표되면서, 일상적인 소재에 표현방식이 차분하게 조율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었다. 2007년도 발표된 '금요일의 안부인사'나 '분실물'은
40대 가장의 애환이 잘 묘사되어 심적인 공감대를 갖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이 늘 폭력적이고,불안의 연속이다는 문제의식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편혜영표 소설을 읽다보면 섬뜻하고 기이하다는 평가부터 지루하다는 평까지
다양하고, 또한 굳이 저렇게 노골적으로 파헤쳐 표현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2005년도 발표된 '밤의 공사'는 여전히 엽기적이고
섬뜻하며 혐오적인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 그래도 제일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2006년도에 발표된 특히 '동물원의 탄생''퍼레이드''첫번째 금요일'
단편들은 읽는데 조금은 난해하고 지루한 감도 있었다.
 
각기 다른 내용의 단편들이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바는 분명해 보인다.
즉, 작가는 물질적으로 풍족하게만 보이는 현대 문명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우울'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 들고 있다. 그것도, 그냥
사소한 것으로 무시하고 넘겨버릴 수 있는데, 더욱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불안의 실체를 우리앞에 샅샅이 펼쳐 놓는다.
 
현대인은 자기만의 불안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체하며, 다른 원인으로
떠 넘기기도 하고, 불안을 해소하려고 다른 일들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눈앞에 실재하는 불안을 방치하다보니, 마음속에는 새로운 불안이 더욱
증폭될 뿐이다. 그리고 이제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불안한 것인지도
분간하기도 힘들게 된다. 
편혜영 소설에는 유달리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두려움과 혐오감을
주도록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불안의 실체를 확실히 각인시켜
주기 위함이고, 그래야 싸워 퇴치할 대상이 명확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작가는 역설적이고 부정적인 어투와 표현을 통해, 소설속의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 내면의 불안에 헛다리 짚지말고, 실재 존재하고 보이는 불안에
집중하라는 메세지처럼 들려온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고 있는 내용들을
반대로 읽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보다 만족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그렇게 철썩같이 믿었던 문명의 혜택들이 언제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고

치명적인 재난으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설정을 통해 불안의 실체를 하나씩
파고드는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무엇을 성취해야만 행복하다는 생각보다,
내 앞에 이런 일들이 닥치지 말아야만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그것이 편혜영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아닌가 싶다. 
책을 놓는 순간, 이전 작품들을 다시 읽고 싶고, 더불어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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