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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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시’를 다룬 대중서 중에 유명한 서적이고, 과연 명성에 걸맞게 밀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의 흥망성쇠의 요인을 분석하고, 통념과 다르게 왜 도시화가 우리에게 더 좋은 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지에 관해 다루고 있다. 

 

우선 도시는 최초에 교통의 중심지로 역할 하여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과거 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이것이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더욱 중요하였다. 뉴욕이나 보스턴 등의 도시는 과거 해상 운송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도시들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집적경제’의 혜택을 주게 되고, 도시는 사람들을 더 끌어 모아 더욱 더 발전한다. 이렇게 도시는 똑똑한 사람들을 유인하고, 이는 ‘인적자본의 외부효과’를 일으켜 도시의 생산성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선순환이 지속되어 도시는 경제에 기반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문화적으로도 번성을 이루게 된다. 가히 도시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이렇게 전성기를 보낸 도시들이 많이 있었다. 그 후 내리막을 걸어 오늘날 회생한 도시가 있는가 하면, 다시 재기하지 못하고 쇠퇴가 지속되는 도시가 있는데, 전자의 대표적인 도시가 뉴욕이고, 후자의 대표적인 도시가 디트로이트이다. 전성기를 누리던 도시가 쇠퇴에 돌입하게 되는 경우는 보통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시작된다. 교통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운송비가 대폭 감소하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도시의 비싼 물가와 인건비를 감당할 유인이 없어졌다. 그래서 기업들은 공장을 교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뉴욕은 의류와 봉제산업이,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도시의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도시를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실업과 범죄율은 증가했다. 앞서 언급한 선순환과 반대로 악순환이 시작됐다.  

 

영화 조커와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도시 고담시티를 아는가? 이 고담시티는 1970년 대 뉴욕을 모티브로 했다. 70년대 뉴욕은 지금도 미국인들이 기억하는 유명한 암흑기 중에 하나이다. 전성기를 이루던 뉴욕은 주력 산업이던 의류 및 봉제 공장들이 빠져나가고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경기 불황과 시 공무원들의 무능이 겹쳐 70년 대 뉴욕은 범죄율이 매우 높고 파산 직전까지 몰리는 도시였다. 경제학의 유명한 이론 중 하나인 “깨진 유리창 이론”이 뉴욕의 이 시기를 시작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편 디트로이트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서 쇠퇴했다. 미국의 자동차 도시들은 위대한 기업가 포드에 의해서 번성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도시들은 이러한 포드의 위대함 때문에 쇠퇴했다. 포드는 자동화 도입 및 부품회사 통합을 통해 대량 생산의 시대를 열고 도시를 전성기로 이끌었다. 그런데 후에 역설적으로 이것이 도시를 자동차 산업이라는 단일 산업에 의존하게 만들고, 노동자들을 저숙련 상태로 머물게 하여 쇠퇴의 길로 이끄는 요인이 되었다. 저자 글레이저는 19세기 디트로이트가 보여준 전통적 도시의 미덕이 있어야 도시의 재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바로 교육받은 노동자, 소규모 기업인들, 상이한 기업 간 창조적 상호작용 등을 말한다. 디트로이트는 이러한 전통적 미덕을 버리고 포드의 유산을 바탕으로 번성했지만, 동시에 그 포드의 유산 때문에 쇠퇴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디트로이트와 같은 케이스의 도시들을 볼 수 있다. 가령, 군산이나 통영 같은 도시들 말이다. 군산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GM이 철수한 직후 지역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됐고, 통영 또한 조선 업계 불황이 오자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울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디트로이트와 다르게 어떻게 뉴욕은 부활했는가? 바로 기업가 정신이 폭발하여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금융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도시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인적자본이고, 이러한 인적자본이 잘 형성되도록 환경을 잘 조성하는 것이 성공하는 도시의 비결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에 잘 투자하고 안전한 치안을 조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도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넓게”가 아니라 “높게”가 중요하다. 많은 도시들이 미관과 역사적 보존 등의 이유를 들어 고도 제한을 두고, 주택의 공급을 틀어 막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가난한 아티스트들을 품었던 파리는 지금은 부자들만 살 수 있는 부티크 도시가 되었다. 인도의 뭄바이 또한 거대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고도 제한을 두어 엄청난 밀도와 교통 혼잡을 자랑한다. 이러한 고도 제한을 통한 공급 제한은 도시의 미관은 지킬 지 몰라도,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부동산의 가격 폭등을 유발한다. 저자는 캘리포니아와 휴스턴을 비교하는 데, 캘리포니아는 엄격한 공급 제한 정책을 펼침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지만, 휴스턴은 공급을 충분히 하여 집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서울 또한 이러한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정부든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공약을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수요 억제 정책을 펼쳐왔고, 부동산 시장은 늘 이를 비웃으며 폭등하였다. 답은 명확하게 공급 확대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고도 제한과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재건축을 허용하여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키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한편 저자는 ‘스프롤’ 현상이라고 하여 미국인들의 교외 거주 선호 현상을 지적하는 데, 우리나라와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중심은 서울이고, 모두가 서울에서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경우는 교외에 거주지를 잡고, 도시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도시 내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자동차 통근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직접 대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번스의 역설’처럼 오히려 원거리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은 직접 대면의 필요성을 더욱 증가시킨다. 실리콘밸리의 형성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최첨단 IT 기업가들은 집적효과를 누리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산다. 도시화는 통념처럼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고 창조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해준다. 집적효과를 통해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부담함으로써 문화가 융성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미루어 판단해볼 때 성공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정치가 제일 중요하다. 시장이나 국회의원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고도제한 등을 풀고 공급을 확대하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고, 기업과 사람들을 유인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교육과 치안에 투자하여 인적자본 형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 말이다. 모든 도시개발부서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필독서로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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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전쟁 - 기계와의 일자리 전쟁에 직면한 우리의 선택
앤드루 양 지음, 장용원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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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맥도날드의 전임 CEO는 이렇게 말했다. ˝프렌치프라이를 봉지에 담는 일을 하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직원을 시간당 15달러를 주고 채용하느니 5000달러 짜리 로봇팔을 사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

냉혹하고 무시무시하게 들리는 이 말은 지금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인류 역사에서 중대한 변곡점에 서있다. 책은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챕터는 일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두 번째 챕터는 인간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 세 번째 챕터는 해결책과 인간적 자본주의에 관해서 다룬다. 이 책은 AI와 자동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첫 번째 챕터는 지금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심각하게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지 생생히 보여주고, 두 번째 챕터는 그러한 결과로 우리 인간과 지역 사회에 나타난 결과를 보여준다. 두 번째 챕터는 흡사 사회학 서적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힐빌리의 노래 - J.D. 밴스˝, ˝제인스빌 이야기 - 에이미 골드스타인˝이 연상되었다. 이러한 내용을 처음 접했다면 엄청난 충격을 받았겠지만, 이 분야의 양서인 ˝제2의 기계시대 - 에릭 브릭욜프슨˝, ˝로봇의 부상 - 마틴 포드˝을 이미 읽었던 터라 상대적으로 덤덤히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충격적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근거 없이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 옛날의 러다이트 운동을 거론하며 단지 기우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하거나, 세상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고 무던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저자는 앞으로 10년도 남지 않은 2030년 내로 미국의 화물기사 일자리가 없어지고, 자율 운행 트럭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과감하게 주장한다. 여기서 혹자는 일이 단순 반복적인 블루칼라 일자리만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AI와 자동화 앞에서 화이트칼라 일자리라고 안심할 수 없다. 사무 행정, 영업 판매, 요리 및 서빙, 공장 노동자, 변호사나 회계사 등의 전문직, 심지어 음악, 미술 등 예술가까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우리 생각보다 아주 빠르게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자. 대형 마트에서 어느 순간 캐셔 직원이 사라지고 키오스크로 대체되고 있으며, 그 대형 마트 조차 온라인 쇼핑에 밀려 폐점하는 경우가 급속히 늘고 있다. 공항에 가면 티켓 발권은 물론, 수하물 붙이는 것도 대부분 셀프로 하게 되었다. 고속버스, 비행기, 기차 등의 교통수단의 표 예매 또한 스마트폰 하나로 다 이루어진다. 그 일들은 모두 예전에는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패스트푸드 점은 거의 대부분 키오스크가 도입되었고, 주식 투자도 알고리즘으로 하는 자동매매가 활성화되었다. 이렇게 지금 세상에도 알게 모르게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로 이대로 쭉 간다면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고, 걷잡을 수 없는 사회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저자도 이에 대해 굉장히 염려하고 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봤는데, 미래에는 1%의 플랫폼 소유자와 나머지 99%로 극단적으로 계층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인류가 그 지경까지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이대로 간다면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 소득과 타임뱅킹 제도 등을 제안한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서적도 그렇고, 경제학자들의 주장도 그렇고, 사실상 기본 소득 제도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 것 인가; 예전의 케인즈가 예견한 대로 낙관적인 미래가 펼쳐질까,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된 아비규환의 세상이 될 것 인가, 그리고 나를 포함한 노동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서두에 말했듯이 현재 우리는 인류 역사의 변곡점에 서있다.

PS1. 미국의 소매업은 아마존이 전멸시켰다고 한다. 주식쟁이인 나는 이것을 보고 향후 우리나라의 전자플랫폼 기업과 가격 비교 업체의 주식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기로 하였다.

PS2. 남성들의 게임 중독이 심하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일이 없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여성들과의 학력 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남성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확률을 낮추어 혼인율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여기에 자동화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도 콤보로 작용하여, 우리 남성들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인종 차별과 여성혐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PS3. 같이 보면 좋을 책들이다. ˝힐빌리의 노래 - J.D. 밴스˝, ˝제인스빌 이야기 - 에이미 골드스타인˝, ˝제2의 기계시대 - 에릭 브릭욜프슨˝, ˝로봇의 부상 - 마틴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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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
이안 부루마 지음, 최은봉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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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페이지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굉장히 밀도 있는 역사서이다. 1853년 페리 제독의 개항에서 1964년 도쿄올림픽까지 약 100년이 넘는 일본 근대사를 개괄한다. 번역 또한 수준급이다.

다들 알다시피 일본의 개항은 미국 페리 제독의 ‘구로후네(흑선)‘ 등장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단순히 미국과의 교역을 개시한 것을 넘어, 향후 막부 체제 자체를 날려 버릴 파괴력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당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조슈번과 사쓰마번을 주도로 한 반막부 세력이 막부를 정복하고 근대화를 추진하는, 소위 메이지 유신에 이르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고쿠타이‘(국가 정체)라는 개념이다. 고쿠타이는 간략히 말하면 막부 몰락 후 천황을 절대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 체제이다. 막부 말기까지 천황은 그저 상징적인 존재로서, 일본 관습과 정신의 영적 지도자였다. 그러던 와중, 막부가 무너지자 천황 제도는 일본 전통의 신토와 결합하였고, 천황은 곧 국가이자, 군대의 최고통수권자이며, ‘신‘으로서 추앙받게 이르렀다.

1880년 대, 성립된 이 고쿠타이는 바로 근대 일본의 아이덴티티로서 2차 세계 대전 때 미국에 패망할 때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고쿠타이는 일본의 사상가들이 독일 철학과 일본 불교에서 취사하여 발전시켰으며, 일본인 자신의 ‘소아‘를 포기하고 본인들의 존재 근원을 천황에게서 찾으라고 말한다.

근대 일본인들은 이러한 고쿠타이를 철저히 내면화시켰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난징대학살 등 일본제국군이 왜 그리도 잔인무도 했는지 추론할 수 있다. 그들은 본인들이 ‘신‘의 군대로서 ‘신‘에게 대항하는 자들을 상대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죄책감이나 부채감을 느끼지 않고, 잔학행위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늘날 종교적 신념에 빠진 테러리스트의 심리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론해본다.

이러한 고쿠타이는 일본 제국이 미국에게 원자폭탄 2방을 맞고도 항복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패망 후 미군에게 지배받을 때도 일본 우익들은 이 고쿠타이를 지키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겠지만 연합군 사령부의 맥아더 장군은 천황제를 유지하고, 천황을 전범 재판에 세우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한다. 저자 이안 부루마는 맥아더가 천황을 전범 재판에 세우지 않은 사실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고쿠타이 아래 모든 의사결정은 천황을 비켜나갈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제국의 모든 잘못을 군국주의자들에게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책임자인 천황이 무죄라면, 군국주의자를 제외한 모든 일본인은 똑같이 무죄이며, 또한 희생자라는 논리가 가능하다. 더군다나 원자폭탄 2방을 맞았는데 말이다. 오늘날 일본 우익의 논리가 여기서 파생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근현대사로 일본과 날을 세우는 대한민국의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쿠타이를 중심으로 감상문을 썼지만, 이 외에도 1920년 대 문화, 정치적으로 융성했던 다이쇼 시대에서 1930년 대 의회가 무너지고 권력이 왕정과 군대로 넘어가 군국주의로 전개되는 과정, 전시에 종잡을 수 없는 의사결정 체제, 현 일본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등 더 쓰고 싶은 내용이 많다. 앞서 말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페이지 수의 책이지만 상당히 밀도가 높다. 일본 근대사에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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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벤 메즈리치 지음, 황해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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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케빈은 아시아계 MIT 공대생인데, 어느날 MIT 중퇴생 친구들인 피셔와 마르티네즈로부터 라스베가스에 가자고 제안받는다. 그곳에서 케빈은 자기 친구들이 카지노에서 하이롤러(고액 베팅을 하는 사람)로서 VIP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에 놀란다. 피셔와 마르티네즈는 카지노에서 ‘카드카운팅‘을 함으로써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카드카운팅이란 블랙잭 게임을 할 때 남아있는 카드의 숫자를 추론함으로써 유불리에 따라 베팅액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케빈의 재능을 알아본 피셔와 마르티네즈는 케빈을 자신들의 스승 미키에게 소개하고, 팀에 합류할 것을 제안한다. 평생 모범생이었던 케빈은 이 팀에 합류를 하게 되고, 본격적인 카지노 사냥에 나선다.

팀플레이는 철저한 분업으로 이루어진다. 테이블마다 배치되어 카드카운팅을 지속하면서 유리한 판을 알려주는 ‘스포터‘, 스포터에게 신호를 받으면 그 테이블에 가서 원래 무모한 베터인마냥 연기하면서 뭉텅이 베팅을 하는 ‘고릴라‘, 카드카운팅부터 연기, 카드 커팅 등 모든 것을 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빅 플레이어‘로 나뉜다.

그럼 그 많은 게임들 중에서 왜 블랙잭이냐? 바로 카지노에서 독립시행이 아닌 유일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카라나 다이사이, 룰렛 등은 한판 한판이 독립시행으로서 한 게임이 다음 게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블랙잭은 어떤 카드들이 많이 나왔느냐에 따라 앞으로 게임이 카지노에 유리한지, 플레이어에 유리한지 추론할 수 있다.

카드카운팅의 기본전략은 전설적인 에드워드 소프의 ‘하이로우‘에 기반하고 있다. (10, J, Q, K)가 나오면 -1, (2, 3, 4, 5, 6)이 나오면 +1, (7, 8, 9)가 나오면 0 등으로 계산하여 합계를 구한다. 즉 낮은 숫자들의 카드가 지금까지 많이 나왔다면 합계가 높을 것이고, 남아있는 카드들의 숫자가 높다는 뜻이므로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이때 베팅액을 올리면 돈을 벌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책에 나온 케빈의 증언으로는 이러한 하이로우 전략을 응용했다고 한다. 간략하게 표현하면 당시 블랙잭은 카드 6벌(deck, 1벌당 52장)로서, 합계 점수를 남아있는 벌로 나누고 상쇄값을 뺐다고 한다. 예를 들어 카드 3벌이 지난 후 합계값이 +15라면, 남아있는 카드의 벌 수인 3으로 나누면 +5가 된다. 여기서 상쇄값 1을 빼면 +4가 되고 이것이 합계값이 된다. 참고로 상쇄값은 카지노마다 다른 블랙잭 규칙의 유불리를 기반으로 계산한다고 한다. 이러한 최종 합계값에 기본값을 곱한 것이 베팅액이 된다. 예를 들어, 10,000달러가 전체 자금이라면 100분할을 한 100달러가 기본값이 되는 것이고, 합계값 +4를 곱한 400달러가 베팅액이 된다.

즉, 본질적으로는 내가 유리해지면 유리해질 수록 베팅액이 커지고, 불리해지면 불리해질 수록 베팅액이 작아진다. ˝유리할 때 베팅액을 늘리고, 불리할 때 베팅액을 줄여라!˝ 당연한 소리 아니냐고? 맞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막상 당신에게 닥치면 당연하지가 않을 수 있다. 창피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겠다. 어느날 시장이 별로 좋지 않을 때 주식으로 손해를 봤는데, 이것을 한번에 만회하려고 더 큰 금액을 꼴아 박았다가 더 큰 손실을 본 적이 있었다. 비슷한 경험을 해본 개미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수많은 투자 서적에서 이미 봤지만, 정신차리고 보니 앞서 말한 손실 후 분노베팅 등 책에서 하지 말라는 짓은 다하고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운때가 있다. 일이 잘 풀리면 운때가 맞는 것으로서 마음껏 하고 싶은 것 다 하면 된다. 그러나 일이 잘 안 풀린다면 운때가 아닌 것으로서 몸 사려야 한다. 아 참고로 오늘날 카드카운팅은 셔플머신 도입으로 불가능하다. 카지노를 이기겠다는 망상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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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지노에서 투자를 배웠다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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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자는 경제학 교수로서 카지노 뿐만 아니라 갖가지 투자는 거의 다 해 본, 보통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이다. ‘이재‘에 상당히 밝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도냐면 대학원생일 때 용돈벌이로 카지노를 다녔을 정도였다. 카지노를 이길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전 재산을 카지노에 적선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인 판에 이것만 봐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비트코인 버블이 일어나기 2년 전인 2015년에 비트코인을 상당량 매수했고, 가장 최근에는 강남 부동산이 폭등하기 직전 매입하기도 했다.

나는 주식 투자(투기)와 도박은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몇몇의 카지노 책들을 읽고 있고, 이 책은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박사의 파산‘ 개념, 마틴게일 등 베팅 방법, 저자가 겪었던 투자 심리 등이다.

도박사의 파산은 도박을 할 때 플레이 시간이 길면 길수록 플레이어는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개념이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수직 축에 윗부분은 플레이어가 딴 돈이고, 밑부분은 잃은 돈이며, 수평축은 시간이 된다. 그래프는 시간이 지날 수록 진폭이 커지는 싸인 그래프가 된다. 다시 말하면 도박을 하면 따고 잃는 게 반복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베팅 액수가 커지게 되고, 어느 순간 플레이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잃게 되면 파산한다는 개념이다. 돈이 무한정 있는 카지노와 달리 플레이어는 한정된 자금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간이 지날 수록 불리한 것이다.

‘카지노 시크릿‘의 저자 진킴은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표액을 잘게 나누고, 그 목표액을 달성할 때마다 즉각 테이블을 떠나라고 조언한다. 즉 도박사의 파산을 피하려면 목표액을 정하고 따는 순간 게임을 중지하여야 한다. 주식 투자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고, 목표액이나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본인은 ˝손절은 짧게, 이익은 길게˝를 표방하는 추세추종가로서 이 같은 목표액 설정은 금기이다. 잘 달리는 말을 멈춰서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도박의 경우 바카라나 다이사이 홀짝에서 장패가 나왔으면 끝까지 가야한다.

앞에서 장패 이야기를 했는데, 저자는 이것에 정확히 반대로 베팅하는 평균회귀파이다. 저자는 예를 들어 다이사이를 할 때 ‘대‘가 4번 연속나왔으면, 그 다음부터 ‘소‘에 베팅하는 것이다. 처음에 1만원, 졌으면 그 다음에 2만원, 또 졌으면 그 다음에 4만원... 이렇게 베팅액을 두 배로 늘려나갔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마틴게일 베팅법인데, 카사노바도 애용했을만큼 유명한 베팅법이다. 전 세계 모든 카지노는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베팅 한도를 정해두고 있다. 한도가 없다면 마틴게일 베팅을 통해 언젠가 플레이어가 반드시 이기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의 카지노는 최저 베팅액과 최고 베팅액의 간격(이것을 디퍼런스라고 한다)을 어느 정도 넓게 해주어 마틴게일 베팅의 기회가 많은 반면, 강원랜드는 최고 베팅액을 30만원으로 제한하여 기회가 5번 밖에 없는 세계 최악의 디퍼런스를 자랑한다. 플레이어에게 극히 불리한 카지노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더 이상 강원랜드를 가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이러한 마틴게일 베팅은 카지노에선 좋은 베팅이다. 그러나 주식투자에서는 반드시 반마팅게일 베팅으로 가야한다. 마틴게일 베팅은 주식에서 물렸을 때 하는 물타기와 유사하다. 주변에서 물타기하다 잘 된 케이스를 봤나? 주식에서 물타기는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반드시 반마팅게일, 즉 불타기를 해야 한다. 도박에선 파로리 베팅이 있다.(1-2-4 지거나 세 번 연속 이겼으면 1로 복귀). 물렸을 때 신속하게 손절하고, 이익이 날 때 불타기한다. 추세추종자로서 지긋지긋하게 들어왔지만 실전에서는 너무나도 실행하기가 어렵다. 손실회피 본능이 너무나도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나 또한 수양이 많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투자 심리이다. 투자는 고통의 연속이다.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남들에게 카지노에서 용돈벌이 했다고 말하면 다들 여유롭고 즐기며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본인이 해 온 돈벌이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다고. 상상 한 번 해보라. 만 원으로 시작해서 마틴게일로 베팅하는데 운이 안 좋아 7번 연속진 상황에서 128만원 베팅하는 상황을. 즐거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큰 금액을 다루려면 그만한 배짱(gut)도 필수이다. 작은 돈에도 벌벌 떠는 사람은 결코 큰 돈을 벌 수 없다. 큰 돈을 벌려면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개인적으로 도박과 투자는 한 끗차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의 확률도 도박에서 파생하지 않았는가. 확률을 다룬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부단히 경험하고 공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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