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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도시’를 다룬 대중서 중에 유명한 서적이고, 과연 명성에 걸맞게 밀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의 흥망성쇠의 요인을 분석하고, 통념과 다르게 왜 도시화가 우리에게 더 좋은 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지에 관해 다루고 있다.
우선 도시는 최초에 교통의 중심지로 역할 하여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과거 교통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이것이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더욱 중요하였다. 뉴욕이나 보스턴 등의 도시는 과거 해상 운송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에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도시들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집적경제’의 혜택을 주게 되고, 도시는 사람들을 더 끌어 모아 더욱 더 발전한다. 이렇게 도시는 똑똑한 사람들을 유인하고, 이는 ‘인적자본의 외부효과’를 일으켜 도시의 생산성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선순환이 지속되어 도시는 경제에 기반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문화적으로도 번성을 이루게 된다. 가히 도시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이렇게 전성기를 보낸 도시들이 많이 있었다. 그 후 내리막을 걸어 오늘날 회생한 도시가 있는가 하면, 다시 재기하지 못하고 쇠퇴가 지속되는 도시가 있는데, 전자의 대표적인 도시가 뉴욕이고, 후자의 대표적인 도시가 디트로이트이다. 전성기를 누리던 도시가 쇠퇴에 돌입하게 되는 경우는 보통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시작된다. 교통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운송비가 대폭 감소하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도시의 비싼 물가와 인건비를 감당할 유인이 없어졌다. 그래서 기업들은 공장을 교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뉴욕은 의류와 봉제산업이,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도시의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도시를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실업과 범죄율은 증가했다. 앞서 언급한 선순환과 반대로 악순환이 시작됐다.
영화 조커와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도시 고담시티를 아는가? 이 고담시티는 1970년 대 뉴욕을 모티브로 했다. 70년대 뉴욕은 지금도 미국인들이 기억하는 유명한 암흑기 중에 하나이다. 전성기를 이루던 뉴욕은 주력 산업이던 의류 및 봉제 공장들이 빠져나가고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경기 불황과 시 공무원들의 무능이 겹쳐 70년 대 뉴욕은 범죄율이 매우 높고 파산 직전까지 몰리는 도시였다. 경제학의 유명한 이론 중 하나인 “깨진 유리창 이론”이 뉴욕의 이 시기를 시작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편 디트로이트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서 쇠퇴했다. 미국의 자동차 도시들은 위대한 기업가 포드에 의해서 번성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도시들은 이러한 포드의 위대함 때문에 쇠퇴했다. 포드는 자동화 도입 및 부품회사 통합을 통해 대량 생산의 시대를 열고 도시를 전성기로 이끌었다. 그런데 후에 역설적으로 이것이 도시를 자동차 산업이라는 단일 산업에 의존하게 만들고, 노동자들을 저숙련 상태로 머물게 하여 쇠퇴의 길로 이끄는 요인이 되었다. 저자 글레이저는 19세기 디트로이트가 보여준 전통적 도시의 미덕이 있어야 도시의 재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바로 교육받은 노동자, 소규모 기업인들, 상이한 기업 간 창조적 상호작용 등을 말한다. 디트로이트는 이러한 전통적 미덕을 버리고 포드의 유산을 바탕으로 번성했지만, 동시에 그 포드의 유산 때문에 쇠퇴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디트로이트와 같은 케이스의 도시들을 볼 수 있다. 가령, 군산이나 통영 같은 도시들 말이다. 군산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GM이 철수한 직후 지역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됐고, 통영 또한 조선 업계 불황이 오자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울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디트로이트와 다르게 어떻게 뉴욕은 부활했는가? 바로 기업가 정신이 폭발하여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금융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사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도시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인적자본이고, 이러한 인적자본이 잘 형성되도록 환경을 잘 조성하는 것이 성공하는 도시의 비결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에 잘 투자하고 안전한 치안을 조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도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넓게”가 아니라 “높게”가 중요하다. 많은 도시들이 미관과 역사적 보존 등의 이유를 들어 고도 제한을 두고, 주택의 공급을 틀어 막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가난한 아티스트들을 품었던 파리는 지금은 부자들만 살 수 있는 부티크 도시가 되었다. 인도의 뭄바이 또한 거대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고도 제한을 두어 엄청난 밀도와 교통 혼잡을 자랑한다. 이러한 고도 제한을 통한 공급 제한은 도시의 미관은 지킬 지 몰라도,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부동산의 가격 폭등을 유발한다. 저자는 캘리포니아와 휴스턴을 비교하는 데, 캘리포니아는 엄격한 공급 제한 정책을 펼침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지만, 휴스턴은 공급을 충분히 하여 집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서울 또한 이러한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떤 정부든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공약을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수요 억제 정책을 펼쳐왔고, 부동산 시장은 늘 이를 비웃으며 폭등하였다. 답은 명확하게 공급 확대이다. 저자가 말하듯이 고도 제한과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재건축을 허용하여 공급을 늘리는 것만이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키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한편 저자는 ‘스프롤’ 현상이라고 하여 미국인들의 교외 거주 선호 현상을 지적하는 데, 우리나라와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중심은 서울이고, 모두가 서울에서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미국 같은 경우는 교외에 거주지를 잡고, 도시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도시 내 공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자동차 통근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직접 대면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번스의 역설’처럼 오히려 원거리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은 직접 대면의 필요성을 더욱 증가시킨다. 실리콘밸리의 형성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최첨단 IT 기업가들은 집적효과를 누리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산다. 도시화는 통념처럼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반대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고 창조적인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해준다. 집적효과를 통해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부담함으로써 문화가 융성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미루어 판단해볼 때 성공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정치가 제일 중요하다. 시장이나 국회의원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고도제한 등을 풀고 공급을 확대하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고, 기업과 사람들을 유인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교육과 치안에 투자하여 인적자본 형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 말이다. 모든 도시개발부서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필독서로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