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오페라의 유령으로 얻은 그 엄청난 감동을 별로 표현하려면 다섯개는 커녕 오백개도 부족하겠지만, 이것은 가스통 르루의 소설만 평가하는 것이므로 4개만 주는 바이다.

사실 가스통 르루의 소설은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아 있고, 억지스러운 면도 많다.

1980년대에는 절판되어 버렸던 책을 지금 이렇게 잘 팔리게 하는 것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과 영화는 기본적인 삼각관계 구성은 원작과 같으나, 여러 부분에서 각색되고 원작 이야기 순서조차 바꿔놓아 원작소설과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다. 뮤지컬과 소설을 끝까지 보고 나서 느끼는 감정도 조금 다르다. 뮤지컬은 로맨스로만 극을 이끌어 가지만 소설은 한 인간의 겉으로 보이는 무시무시한 모습과 내면의 아픈 모습 또한 집중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웨버의 음악과 르루의 소설 모두에 다 감동했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웨버의 음악에만 감동하고 르루의 소설은 읽다가 도중에 거의 포기한다.

르루의 유령이 이날까지 사랑받는 건 역시 삼각관계에서 여자가 빤히 멋진 주인공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소심하고 그다지 카리스마 없는 조연과 맺어지는 것 때문일 것이다. 버림받는 주인공은 흉측한 얼굴을 가져 사랑은 커녕 동정 한번 받아보지 못한 다재다능한 천재 예술가라는 특이한 설정으로, 삼각관계에서 엮어지는 두 사람의 해피엔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 가련한 추남을 중점적으로 비춰준다는 것이 '오페라의 유령'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이다.

멜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멋진 남자와 맺어지는 평범한 여자를 500만번 보여주는 이 시대에서 살고있는 내가, 버려지는 추남(그러나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음악가, 게다가 카리스마 만빵 넘치는 젠틀한 천재♡)에 초점을 맞춘 오페라의 유령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지금껏 팬텀에 홀려 살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더군다나 영화에선 얼굴까지 끝내주는 배우를 썼더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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