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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동시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이 책은 영화나 미술작품,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예술 작품 속에서 배경이 되었던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 새로운 감성을 느끼고 싶은 나같은 분들을 위한 ‘세계 기행문’이다.
사심을 가득 담아 예를 들어 보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었던 ‘대만 지우펀’이라든지, '일본 마쓰야마 도고온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배경지 '프랑스 콜마르',
<원령공주>의 배경 장소인 '일본 야쿠시마 시라타니운수이쿄 숲', <천공의 성 라퓨타> 배경 '영국 웨일스 카디프 성', <붉은 돼지>의 배경 '크로아티아 스티니바코브', <마녀 배달부 키키>의 배경 '스웨덴 비스뷔’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좀더 고전 작품들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문학, 철학, 정신분석학, 소설 등 인문학 작품의 배경 장소가 되는 여행지를 위주로 소개하는 책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모네의 정원>이라는 그림을 접하고, 실제로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여행지인 ‘프랑스 파리 지베르니’에서 사람들이 쌓아올린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둘러 보았는데,
같은 장소지만 다른 시간 속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이 담아낸 풍경들을 보고 창조의 영역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때로는 마음을 비우고 풍경을 그저 감상하는 일도 즐겁지만, 배경지식을 알고 여행지를 관광하다 보면, 편견을 깰 수 있다거나, 더 많은 영감을 부여 받을 수 있어서 확실히 여행지에서의 즐거움과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 이렇게 낭만적이고 아기자기하고 동화적인 느낌이 드는 도시가, 유명 작품 속에서는 서늘하고 다채로운 느낌이 드는 풍경으로 변모하는 케이스 스터디를 해나가면서,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작가나 감독의 예측 불허한 상상력과 표현력을 배울 수 있고, 영감을 받을 수 있어서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전공하면서 ‘영화는 사기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는데, 바로 예술가의 창조력을 드높이 칭송하는 말이기도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던 것 같다.
<폭풍의 언덕>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달과 6펜스> 등 다양한 작품을 여행을 통해 만나 볼 수 있고, 프로이트, 괴테, 라캉, 푸코 등 존경하는 위인들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실제로 만나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들의 시간을 체험할 수 있어서 소중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틀에 박힌 교양서를 찾는 게 아니라, 좀더 유연한 방식으로 교양을 쌓고 싶거나,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 견문을 넓히고 싶다면, 이 책은 정말 만족스러운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내게 그러했듯이 말이다.
실제로 다채롭고 풍부한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그리고 싶은 미술가나, 곱씹어 볼 가치가 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스토리텔링하길 꿈꾸는 영화감독, 소설가, 심지어 아이패드로 하나의 그림을 그리더라도 남을 흉내낸 그림이 아니라,
나만의 감성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일반인들에게조차 많은 영감을 부여해 줄 책이라, 창의력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도움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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