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난다는 점. 누군가와 같이 있어야 기분이 좋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글을 읽어야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아무튼 나는 누군가가 함께 살 정도로 좋아도, 그 사람이 나에게 쓴 편지가 필요하다. 편지를 주고받는 부분이 채워질 때, 그 누군가와의 관계가 완전해 보이는 것이다.
내가 편지상으로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그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만나보고 싶기도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직접 만나보는 것이 오히려해가 될 수도 있다. 편지를 주고받는 것의 이런 면은 문학의 아주 중요한 문제와 닮아 있다. 작가를 직접 만나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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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하지만 내게는 아예 말도 걸어 주질 않아. 아들놈도 아들놈이래서 이 별채에서 하루 종일, 후후훗, 이렇게 고양이나 저 계집을돌봐 주고 있다네. 여자로서 이제 막 피려는 나이니 못생겨도 한창예뻐 보일 때지. 여자의 전성기는 스물에서 서른이라느니 서른 중반은 돼야 제대로 농익었다고 한다지만, 나처럼 나이 든 노인은 저정도로 젊은 쪽이 좋아. 저쪽도 자네처럼 젊은 남자보다 내 쪽이 좋남자는 이상한 동물이라서 젊었을 때는 묘하게 연상에 끌리기도하는데, 여자도 그건 매한가지. 남자건 여자건 나이를 먹으면 상대방은 되도록 젊은 쪽이 바람직하지. 요컨대 기운이 남아돌 때는 상대방에게 나누어 주고, 부족해지면 상대방에게 나눠 받는 모양이라할 수 있네.
다고 생각할 걸세.

한창때가 지난 여자에게 남자가 눈길도 주지 않듯이 여자도 나같은 노인네에게는 차가워진다.. 우리 며느리가 좋은 예지. 예전에는 뭔가 선물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시아버지에게 드리라고 하던사랑스러운 며느리였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지만 시어머니와는사이가 좋지 않아서 나도 음으로 양으로 뭐든 감싸 줬지. 그런데 어떤가. 그 며느리가 서른을 넘어서부터 갑자기 쌀쌀맞아진 걸세. 오히려 사이가 나빴던 할망구하고는 그래도 같은 여자라고 뭔가 이야지, 가게에 얼굴을 내밀면 노골적으로 거북한 표정을 짓는다네. 그무릎에 앉혀 놓고 세월을 보내는 걸세.
이놈도 암커이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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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의 경기는 해가 졌다거나 비가 온다고 해서취소되지 않는다.
우리는 대개 자신이 가장 사랑스럽지 않을 때, 가장 절실하게사랑을 필요로 한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빠르든 늦든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다.
사랑을 주는 데 마음을 쏟는다면 자신의 처지가 보잘것없어보일지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요, 사랑을 받는 데 열중한다.
면 자신의 처지가 좋아 보일지라도 보잘것없는 결과를 거둘 것이다.

사랑의 관한 가장 근원적인 물음은 이런 것이다. 지금의나를 사랑한다면, 변해 버린 나도 사랑할 수 있나요?
누군가는 하느님이 사랑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사랑이 하느님이라고 한다. 나는 그저 사랑은 신성하다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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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은 사랑 이야기 중에는 옛 사랑 찾기에 얽힌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창회야말로 그 주요 무대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대로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그런 모임에 나간다.
옛 사랑에 대한 편지를 읽어보면 결국 그들이 찾으려 했던 것은 옛 사랑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청춘이나섹스, 혹은 격정적이면서도 즐거웠던 옛 시절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처음 한 사랑과 처음으로 중요하게 느낀 사랑은대부분 다르다. 게다가 어느 쪽이든 동창회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지도 않다.

어느 동창회 베테랑은 내게 편지를 보내 옛날 여자친구는여전히 일생일대의 사랑이 아닌 근사한 하룻밤 사랑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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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활에 지친 나는 벨기에에서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7일간, 나는 꿈만 같은 호사를 누렸다.
바로 편지가 정말 단 한 통도 오지 않는 상태. 과다가 결핍만큼 견디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편지도 다른 것들과 똑같다. 나는 그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을 몸소 체험해보았다. 나로 말하자면 그래도 넘치는 쪽을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지만 역시 괴롭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길고도 길었던 10대 시절, 나는 운명처럼 편지가 오지 않는상태를 견뎌야만 했다. 편지가 오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느낌, 거부당했다는 느낌, 페스트 환자가 된 것만 같은 처참한 느낌이 든다. 편지가 과하게 많으면 또 어떤가. 나를 한 입에 꿀꺽 해 버릴 기세의 피라니아가 득실거리는 늪에 내동댕이쳐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 둘의 딱 중간, 무척 기분 좋을 것임에 틀림없는 그 상태는 내게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 즉 미지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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