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생활에 지친 나는 벨기에에서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7일간, 나는 꿈만 같은 호사를 누렸다.
바로 편지가 정말 단 한 통도 오지 않는 상태. 과다가 결핍만큼 견디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편지도 다른 것들과 똑같다. 나는 그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을 몸소 체험해보았다. 나로 말하자면 그래도 넘치는 쪽을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지만 역시 괴롭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길고도 길었던 10대 시절, 나는 운명처럼 편지가 오지 않는상태를 견뎌야만 했다. 편지가 오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느낌, 거부당했다는 느낌, 페스트 환자가 된 것만 같은 처참한 느낌이 든다. 편지가 과하게 많으면 또 어떤가. 나를 한 입에 꿀꺽 해 버릴 기세의 피라니아가 득실거리는 늪에 내동댕이쳐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 둘의 딱 중간, 무척 기분 좋을 것임에 틀림없는 그 상태는 내게 테라 인코그니타(terra incognita)‘, 즉 미지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