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사람인가
발타자르 그라시안 &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 & 장 드 라 브뤼예르 지음, 한상복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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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법,
자기계발의 시초라 불리우는 17세기 유럽의 사상가가 전하는 삶을 바꾸는 통찰.

제목과 카피문구에서 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던
<필요한 사람인가>

 

가끔씩 '내가 왜 이렇게 사람을 믿고 바보같이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베풀고 사는 게 미덕이라 배워 온 우리의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들이 많습니다. 질투심 많은 우리 아들이 "엄마 아들인 나한테나 잘 해줘"라고 투정을 부리는데 어쩌면 그말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요한 사람인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들과 17세기에 살았던 사상가 빌타자르 그라시안, 프랑수아 드 라 코슈푸코, 장 드 라 브뤼예르 세 명의 이야기를 매칭함으로써 그들의 지혜를 통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고, 우리의 마음을 가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습니다.

남들에게 고마운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부터 공감이 되었습니다. 고마워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더 높은 기대치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던 경험이 숱하게 많았지요. 그런 경험이 많아질수록 바보짓 말고 실속 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를 다 드러내지 말라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탁 치며 '아 내가 왜 이걸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나이가 들면서 자기주장이 강하고 당차던 나는 온 데 간 데 없고 어느 순간부터는 좋은 게 좋은거지 하며 참고 참으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들 크게 이익이 생기는 것도 평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세상은 철저히 계산적이고 필요에 의해서 관계가 형성되는 법이니까요.

"give and take"라고 생각했는데 'give'를 여러 번 했는데도 철저하게 'take'는 안하는 사람들이 얄밉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이 내 오지랖이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절실히 원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으며 나 아닌 다른 누군가도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 남에게 충고하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일이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평소 대화가 어느정도 잘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어느날 얘기를 하다가 약간 언성을 높이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나름 침착하려고 노력했지만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더군요. 정말 힘든 부분이 나의 분노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가 싶습니다. 화가 난다고 내 속 마음까지 다 드러내거나 감정에 호소한다고 한들 들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는 구차하게 느껴질 뿐이고 문제해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일사천리로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이없이 뒷통수를 맞는 경험, 나에게는 왜 이런일들만 생기는 걸까? 자책하고 비관했던 기억들이 떠 올랐습니다. 너무 들뜬 나머지 간과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나를 방해하는 자들의 소행이었을까요? 운명의 여신이 나를 가로막고 있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화가나고 절망적입니다.


"나는 이만한 사람이 맞다"라는 걸 인정하기 어렵지만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그렇게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새로운 시각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겠지요. 또 몇 배 더 노력을 해야하고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필요한 사람인가>를 읽으면서 문득문득 저를 돌아보며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걸'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생각하고 지혜롭게 살아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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