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풀어쓴 채근담 - 세상을 읽는 천년의 기록
홍자성 지음, 전재동 엮음 / 북허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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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풀어쓴 채근담>은 동양의 고전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석하였다고 해서 신선한 느낌이 들어 읽게 되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내용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평소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이 꽤 있다.
 
채근담은 16세기 명나라 말기 홍자성이 인생의 희로애락 삶 속에서 나타나는 교훈들을 어록으로 엮은 책으로,
이스라엘의 탈무드가 있다면 동양에는 채근담이 있다고 할 만큼 인생 처세서의 백미라고 하니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교훈이 되고,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채근담의 역사 전재동님은 경주의 헌책방에서 처음 채근담을 구하였고, 무려 반세기 동안이나 읽었다고 한다.
반세기 동안 또 읽으며 번역한 책이니 얼마나 정성이 가득한 번역서가 아닐까 싶다.
채근담은 워낙 유명하지만 인문학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저 제목만 익숙했을 뿐인데
이 책은 정말 쉽게 풀어 쓴 거 같다.
 
원래 홍자성의 <채근담>은 전집 225편, 후집 143편으로 되어있는데,
전재동의 <시로 풀어쓴 채근담>은 365편을 4행 3연의 시 형식으로 재구성하였고,
기존에 국내에 소개된 채근담의 대부분은 원문을 해석하고 예제를 붙이는 형식으로 출판되었지만
이렇게 시 형식으로 시도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해하기도 쉽고, 한자나 인문학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시로 풀어쓴 내용 아래에 원문의 한자와 독음이 달려있어서
한자를 잘 아는 사람은 원문을 직접 해석하며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이후로 한자를 놔버린, 그리고 한자 쓸일이 거의 없던 나는 이렇게 번역본만 읽을 수 밖에 없다는게 참 안타깝다.
영어 번역본도 가끔 무슨 말인지 모르게 번역한 책들도 있고,
너무 의역을 하는 바람에 저자의 본 의도에서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글번역본을 읽은 후에, 영어 원서를 사서 읽으면 더 쉽게 이해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저자가 쓴 언어로 읽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채근담(彩根譚) 전집(前集) 009
 
夜深人靜(야심인정)에 獨坐觀心(독좌관심)하면 始妄窮而眞獨露(시각망궁이진독로)라
每於此中(매어차중)에 得大機趣(득대기취)하나니
 
<전재동님의 시로쓴 채근담>
 
한밤에 홀로 고이 앉아
눈감고 마음을 살피면
허망한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로지 진실만이 남는 것을 본다.
 
그 진실을 만나 즐거움이 넘실댄다
그러나 아직도 그 허망함이 다 사라지지 않아
자신의 부끄러움을 다시 깨닫는다.
마음에 허깨비춤이 아직도 일렁댄다
 
마음에 진실만 남으면 그는 착하고
아름다운 본심을 만나게 된다
욕망에 눈 먼 허망함이 사라지고
생명을 사랑하고 본심많이 기쁨이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채근담 번역>
깊은 밤 모두 잠들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제 마음을 살피면
비로소 망령된 마음이 사라지고 참 마음만이 오롯이 나타남을 느끼게 되니
늘 이런 가운데서 큰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전은 한자시간에 배웠던 것같은 저런 번역이 또 제 맛일 수도 있다.
저런 번역을 보면 마치 내가 한자를 해석하고 읽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고전을 고전처럼 조금음 무겁고 어렵게 느끼느냐 고전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나도 가볍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느냐의 차이일 수도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
 
<시로쓴 채근담>은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두고두고 펼쳐보면 좋을 책임에 분명하다.
역자 전재동님처럼 나도 채근담의 매력에 푹 빠져서 반세기 동안 채근담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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