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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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 인생 수업, 이시형 지음, 특별한서재

이시형 박사님이 벌써 90세란다. 방송에서 온화한 모습으로 말씀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내 나이 들어가는 건 알면서도 그렇게 연세가 많이 되셨다니 놀랐다. 여전히 한 두 권씩 책을 내고 계신다니 더 놀랍다. 이번 <이시형의 인생 수업>은 이시형박사님의 자서전적인 책이다. 어린시절 이야기를 시작으로 나를 이끌어준 세 친구, 경북대 입학과 예일대학교 박사후 과정, 미국 의사 시험, 정신과 교수, 병원장 시절, 평생 강조하시던 세로토닌 이야기까지 빼곡히 그려져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고통, 존재, 타인, 친구, 부모, 자녀, 부부, 고독, 행복이란 주제로 인생 수업 9교시로 그간의 인생을 정리하는 내용이 나온다.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이시형 박사님은 어릴 때 활달하고 손님이 오시면 인사도 잘 해 귀여움을 받고 용돈을 받지만, 숫기 없는 종손 형은 달아나니, 손님이 오시는 날이면 할머니가 띠를 길게 해서 뒤집 황동할매 감나무에 묶어 놓았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이건 아동학대 수준아닌가? 일을 해야하는 홀어머니가 아이를 맡길데가 없어서 띠를 길게 묶어 놓고 일하는 장면의 영화가 오버랩되었다. 일제 강점기였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년비행단으로 선발되어 전쟁이 길어졌으면, 일본의 자살 특공대였던 카미카제처럼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전쟁이 끝나고 조선말을 해도 되냐고 물었던 초등학생, 중학교 때 기차통학을 할 때에는 기차를 놓쳐 기차역사에서 자고 빈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갔던 이야기, 고등학교 1학년 때 발발한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영어잘 하는 아이가 심부름이라도 하면 좋지 않겠냐며 공군기지의 하우스보이로 취업했던 이야기, 군목사에게 군부대에서 나온 음식 찌꺼기를 먹는 한국사람을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음식 찌꺼기를 깨끗하게 버리라는 공문이 내려왔었다는 부대찌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등등 2번의 전쟁을 겪으며 힘들게 살았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배울 수 없는 색다른 인생수업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열심히 길을 찾으면 돕는 이가 나타나고 길이 보였다"

국비장학생으로 교대에 갈까 했었는데 친구가 징집을 연기하려면 의대에 가야한다며 의대에 입시원서를 같이 넣어주었고 친구들이 일주일간 대입 시험 과외를 해주었고, 사범대학에 떨어졌다는 소식에 초상집 분위기였다는 이야기는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가정 형편이 좋고 우등생이었던 친구 셋 덕분에 의대공부를 따라 갈 수 있었다고 한다. 등록금을 벌어야 하니 하우스보이로 시작했던 공군부대에서 키가 큰 덕분에 공항 주변 경비(S.G. special guard)로 발탁되었다. 혼자 전길불 아래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추울 때에는 잠시 활주로 유도등 아래에서 추위를 피하기도 하고, 바람에 책이 날려 공항 활주로까지 달려가다 관제 타워에서 경고 사격을 하기도 했지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의 고생은 좋았던 기억으로 남는 것일까? 밤을 새워 고민하며 삶과의 투쟁과 갈등 끝에 겨우 해답을 얻어 풀어낸 순간의 기쁨을 아는 분이기에 이시형박사님의 인생은 여전히 빛나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세로토닌 흥이 있다고 한다. 고전 전문인 박재일 교수도 이 비슷 말을 했단다.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도 유배지에서 역작을 남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하고 가난하지만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회복력을 가지고 있는게 우리 민족이다. 그 흥바람의 원천이 세로토닌이라는 말에 공감이 된다.

이 책 서문에서 이야기했듯이 나이, 연륜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젊은 날의 공부는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으니 그대로 따라만 가도 평균적인 인생이 되지만, 나이들어서는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욕심이 없으면 마음 괴로울 일이 없고, 마음이 편하니까 몸도 편안하고, 마음이 건강하니 몸도 건강해지니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욕심을 버리고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인생을 돌아보면 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는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감사도 놓치지 않는다. 나도 이시형 박사님처럼 나이 들어서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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