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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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버지니아 울프 지음, 센텐스

이 책은 북 큐레이터 박예진님이 버지니아 울프가 쓴 13편의 작품에 대한 설명과 함께, 버지니아 울프의 명문장이자 마음 깊이 기억하면 좋을 문장 212개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녀가 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아는 것도 고작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라는 것과 정신질환을 평생 앓으면서 실험적인 소설기법으로 현대문학에 한 획을 그었다는게 전부이다. 공교육에서 배운 것이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내 지식의 전부인 셈이다.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를 통해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과 그녀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버지니아 울프는 빅토리아 시대 최고 지성들이 모인 환경에서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에게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오빠가 켐브리지대학에 입학한 후 여성들의 적극적인 예술활동 참여, 동성애자들의 권리, 전쟁 반대를 주장하는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였다고 한다. 당시 빅토리아시대의 관행과 가치관을 거부하는 자유롭고 진보적인 태도를 보인 평화주의자의자 페미니즘 비평가였으니, 소위 깨여있는 신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버지니아 울프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아버지의 사망 이후 병세가 더 악화되었으며, 1941년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신 질환의 재발을 우려하여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60년을 사는 동안 픽션, 논픽션을 넘나들며 다작을 남긴 작가이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A room of one's own, 자기만의 방>, <Three guineas, 3기니>는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파트 2에서는 의식의 흐름에 몰입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집필한 <The mark on the wall, 벽에 난 자국>, <Night and day, 밤과 낮>가 소개되고 있고, 파트 3과 4에서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분리를 넘은 내용을 담은 <Orlando, 올랜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내면의 흐름에 따른 스토리 미학 <To the lighthouse, 등대로>가 수록되어 있어서,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서 의식의 저편 너머로 그녀의 생각과 아름다운 상상이 담긴 글들을 이 책 한권에 다 담고 있다.

<자신만의 방>이 출간된지 10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합리, 부조리함과 마주하고 있다.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은 극히 일부일 뿐이며, 여전히 성차별과 전쟁이 존재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꿈꾸었던 세상처럼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상,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은 과연 올 수 있을까? 버지니아의 삶과 생각이 그대로 투영된 작품과 문장들을 읽으며,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의 자아는 어떤지 돌아보고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녀가 한 말처럼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I find myself saying briefly and prosaically that it is much more important to be oneself than anything else.)을 다시금 깨닫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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