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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정경아 지음 / 세미콜론 / 2023년 11월
평점 :

일주일에 세 번, 동네문화센터에 놀러 갑니다, 정경아 지음, 세미콜론
이 책의 저자 정경아님은 30년 간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한 후 본인은 서울에 남편은 대구에 있어 반반샐활을 하고 있는 60대후반의 여성이다. 남편은 만나면 좋은 사이라며 결혼한 독신주의자라고 말하며, 당분간 계속될 삶의 여정을 즐겁게 완주하는 것이 목표란다. 지금 이런 삶을 쓸모없는 인간으로 누리는 홀가분함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나이가 더 들면 이렇게 마음 편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심 부러웠다.
나이가 들면 문화센터를 많이 간다. 합창, 밸리댄스, 요가, 그림 등등 다양한 예체능을 배운다. 저자는 접근성이 좋고, 나이 제한이 없고, 경로 우대가 있고, 너무 잘하지 말자고 서로의 발전을 은근히 방해하는 귀여운 동네 수강생이 있다며 동네 문화센터를 예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동네문화센터를 다닌다. 저자는 동네문화센터에서 중국어를 배우는데 입시반도 아니고, 진도가 빠르지 않으니 몇 번 빠진다고 하더라도 전혀 지장이 없어서 시간되는대로 가서 즐겁게 배운다고 한다. 아니 일 주일에 세번 중국어, 전통춤을 '배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놀러 간다'라고 표현한다. 70대 후반 우리 엄마도 매일 자전거를 타고 왕복 6km 동네문화센터를 다니시며, 합창단 2곳, 밸리댄스, 한문, 컴퓨터를 배우신다. 컴퓨터는 꽤 오래 다녔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고, 스마트폰도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못하시만 즐거워 하신다. 엄마랑 얘기하면서도 사람들을 만나 무언가를 한다는게 좋은 거라고 했는데, 저자의 모습도 딱 그랬다. 매년 한 가지씩,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 노년의 첫 과제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저자는 은퇴한 이후의 삶은 놀고 먹을 권리를 획득했다고 표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나의 노년기를 함께할 취미생활과 일상생활을 상상해 보았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지만 거의 30년 동안은 아주 가끔식 손가락이 굳지 않았나 확인하는 정도로 피아노 뚜껑을 열어보았다. 나도 다시 피아노를 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들이 초등학교 때 쳤던 하농, 소나티네, 피아노소곡집을 쳐 보았다. 그리고 영화 OST 악보, 팝송 악보,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가 실린 피아노책을 샀다. 아직 은퇴하지는 않았지만, 저자처럼 마음을 내려놓고 주말에는 피아노를 쳐 보려고 한다. 피아노 연습안한다고 엄마가 혼내는 것도 아니니 그냥 취미로 쳐 보고 싶었다.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아등바등 댈 필요 없이, 조금은 게으르고, 느슨하고, 단순하고, 굳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라는 해석에 묘한 감동과 함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백세시대가 되면서 노인인구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리의 노년기도 저자처럼, 놀 듯이 느슨하게 배우고, 안 가본 길도 가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여생을 즐기며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