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먼저 시작하는 여유만만 은퇴생활 - 맞벌이부부 조기퇴직시스템 설계
이윤정 지음 / 청년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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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먼저 시작하는 여유만만 은퇴생활, 이윤정지음, 청년정신


경제적 자유를 품고 사표를 던지다니! 세상에서 이보다 부러운 행동이 있을까? 얼마전 점심식사를 하다던 부장님이 노후자금이 어느정도 된 것 같다며 웃으시더니 사표를 냈다. 나와 비슷하게 40대 갑작스런 건강악화로 잠깐 일을 쉬었다가 다시 일을 하고 있었던 터였고, 점심시간에 걷기 운동을 하는 몇 안되는 멤버이기도 하여서 내심 부러웠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와 공통 분모가 있다. 저자는 정출연 연구소에 재직했다. 나도 몇년간 공직사회에 있었고, 연구소에도 있어 봤기에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졌다. 저자는 10년 만에 박사 후 연수를 다녀올 기회를 얻었고, 우여곡절 끝에 남편을 남겨두고 혼자 미국행을 했다. 미국생활 6개월 즈음에 전해들은 소식은 과제 승인, 프로젝트 착수까지 2년 동안 도맡아 뛰었던 보고서에 자신의 이름이 빠졌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실험을 가르쳐주고, 논문 지도라는 명분 하에 수정이 아니라 논문을 거의 다 내가 써 주었는데, 연구소를 나오고 한참 후에 발표된 논문에 내 이름이 없었다. 근무할 때는 수많은 ghost authors를 메고 있었는데, 퇴사하니 아예 내 이름이 빠져버리는 건 정말 기분이 좋지 않다. 기관장이 바뀌면, 혹은 정권이 바뀌면 업무보고를 위한 자료를 만드느라 만사를 제쳐놓고 올인했던 기억,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체 이런 자료를 왜 요구하나며 몇 년 전 자료까지 찾아내야 했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저자는 야근하면서 내 시간을 바쳐도 결국 남는 건 상처 뿐이라는 생각에 무조건 칼퇴근을 했다고 한다. 저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뒷담화하는 하는 것은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과감히 행동으로 옮겼다. 점심식사 후에는 수다를 떠는 대신 헬스장에 가서 잠시 운동을 한 후 도서관에서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조용한 퇴사를 위해 빌드업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후 이루어 냈다. 회사에 서운한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면 여전히 회사에 올인하면서 보냈을 것이라며 참 다행이라고 했다.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내가 알지 않은가? 나는 그런 생각으로 살았다. 할 일이 많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늘 야근을 했는데 어느 순간 몸이 견뎌내지 못할 만큼 번아웃이 왔다. 정부기관에서 일할 때는 야근수당이라도 있지, 사기업에서는 야근수당은 커녕 정해진 연봉 이외에 그 흔한 출장비도 없다. 연구소가 공장으로 옮겨지고, 개인적인 이유와 더불어 내 근무지도 옮겨 졌다. 대부분의 직원이 정확히 칼퇴를 하는 분위기였는데, 초반에는 여는때처럼 나는 야근을 했다. 공장이 도시 변두리에 위치해 있어서 저녁식사할 곳도 마땅찮아 굶어가며 일하고 퇴근하려다가 고라니를 칠뻔 하기를 몇 번. 고라니가 무서워서 남들 퇴근할 때 퇴근을 하기 시작했고, 퇴근 후에 헬스장에 갈 시간도 생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처럼 조용히 빌드업을 하지 못하고, 나는 여전히 소심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기에 그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정부기관에서 사기업으로 조용한 이직에는 성공을 했지만, 근무지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집에만 오면 번아웃이 되었고, 주말에는 골골대며 쓰러졌다. 저자 역시 직장 생활에 목메고 있을 때에는 집에만 오면 번아웃이었다고 한다. 골프, 와인, 비즈공예, 만들기 등등 여러가지를 배우러 다니다가 마흔 되던 때에 10년 후 퇴직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퇴근 후에는 자기 계발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포기만 하지 않는 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용기가 생긴다. 회사가 싫어서 퇴직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기퇴직이든 아니면 정년퇴직이 될 지언정 퇴직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해 보고 실천에 옮겨야겠다. 건강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나를 돌아보고 관심을 가지고, 나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지다 보면 노후의 삶도 멋지게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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