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죽음에 대한 첫 안내서
백승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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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백승철 지음, 쌤앤파커스


보람 있게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가져다주듯

값지게 살아온 인생은

편안함 죽음을 가져다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미술사, 과학자, 사상가)-


낼 모레 쉰에 들어서다 보니, 아름답게 나이드는 법, 중년 이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이런 책들은 다분히 철학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어 철학가나 인생을 오래 살아온 분들이 주로 쓴 책들이다. 그런데 <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는 피부과 의사가 쓴 웰 다잉(well dying)과 죽음에 대한 책이라고 하니, 좀 생소하게 느껴졌다.


피부과 의사로서 현대인의 안티에이징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을 하고 계시기에 생전에 아버지 얼굴에 작은 잡티나 검버섯이 보이면 병원에 모셔와 레이저 시술을 해드렸지만, 계속되는 기침과 가쁜 숨은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피부과 의사를 둔 아들 덕분에 피부는 잡티하나 없이 깨끗해지만, 의사로서도 해 줄 수 없는 일이 존재했던 것이다. 어린 시절 담배 냄새가 짙게 배인 시골집 별채에 홀로 머무르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내 년에 몇 살이 되냐고 속내를 알 없는 질문을 하셨고 그해 겨울 돌아가셨고, 병실에 계시던 아버지 역시 손자가 내 년에 몇 살이 되냐고 물으신 후 오래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으셨다고 한다. 운명처럼 되풀이 되던 질문을 받으며, 왜 궁금해 하셨을까 생각해 보니, 다가올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지만, 차마 죽음이라는 단어를 대화에 끌어들일 용기가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아이가 초등학생 때 죽음을 상상하고 느껴보는 체험전시가 떠 올랐다.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묘비명을 작성하고, 내 장례식에 꼭 와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부탁의 말을 남기고, 하지 못한 일 때문에 후회되지 않도록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컴컴한 관에 한참을 누워 있는 체험도 했다. 관에 갇혀 있을 때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잔잔히 흐르던 음악에 편안함을 느끼며 생을 마감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리들은 언젠가 다 죽을 수 밖에 없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금기어가 죽음이 아닌가 싶다. 중환자실에 누워 왜 이런 불편한 장치들을 하며 연명하고 있는지, 현재 상태는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될지, 어떻게 죽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이 책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의학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과정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섬뜻해 진다. 수명이 다해서 우리 몸 속 장기들도 이제 서서히 활동을 멈추고 있는데, 산소호흡기와 약물로 연명하는 것이 과연 죽어가는 사람이 바라는 것일까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시면서 침대 맡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연세도 많으시고, 지병도 있으셔서 수술을 하지 못하고, 일주일을 중환자실에 누워계시다 소천하셨던 우리 외할머니. 한동안 외할머니 생각에 눈물이 났었다. 죽음을 준비한다면 내 삶을 되돌아보고, 자손들이나 지인들에게도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아빠의 취미생활인 발명과 수리를 위해 32평대 아파트에 발디딜 틈없이 늘어져 있는 온갖 물건들을 치우려면 5톤트럭 몇대가 와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떠나고 난 자리는 어떻게 남겨질까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이가 들수록 미니멀 라이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처럼 값지게 살아온 인생을 편안하게 잘 마무리해서 웰 다잉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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