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 - 잃어버린 감수성을 찾아 떠나는 열아홉 번의 문학 여행
이선재 지음 / 다산초당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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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나의 선생님이기도 했던 분께서 책을 내셨다는 이야기에 홀린듯이 서평단을 신청했다. 수험생 시절, 선생님의 강의중에서도 유독 문학 강의부분을 좋아했던 나이기에 선생님께서 하시는 문학 이야기라면 더더욱 놓칠수가 없었다.


 내 뇌리에 깊게 박힌 '국어 강사'라는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사실 처음 책에대한 설명을 읽었을 때에는 그저 여러 문학작품 이야기를 하면서 문학이 어째서 좋은지, 우리는 문학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정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일 것이라고 짐작했더랬다.

 그런데 읽다가 몇 번을 멈추었는지. 읽던 도중 몇 번이나 나도 모르게 '그래 맞아 나도 그랬어'라며 공감을 했던지.


 평범한 문학 이야기가 아니다. 다양한 문학 작품을 다루며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마도 '위로'가 아니었을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보이는 문장 하나 하나가 수험생들에게, 수험이 아니더라도 냉혹한 현실에 지친 청춘들에게, 그밖의 모든 지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문학을 통해서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살아보고,

내가 접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책 속에 있는 수많은 문장들 속에서도 유독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해보이는듯한 이 문장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또 많이 읽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늘 불편함이 있었다. 나는 너무 소설만 읽고 있는게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즐거움' 때문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책을 읽고 있는데, 나는 언제나 즐거움만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독서편식을 고치기 위해 나름의 노력도 해왔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을 읽을 때만큼 온전히 즐겁지만은 않았다.

 그랬던 나였기에 이 문장이 와닿았나보다. 문학을 통해서도 분명히 배우는 것이 있다고. 그러니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을 즐기라고 말씀해주시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때 저는 누군가에게 배움의 가치를 전하는 사람은

그 무게감에 대해서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의 행동은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에게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는 것과 다름없죠.

 해당 이야기를 하기 직전 코로나 당시의 수강생들을 위해 고민하셨던 일화가 나오는데, 바로 내가 그 코로나 시기에 선생님의 강의를 수강했던 학생이다. 실제로 그당시에 선생님께서 강의와 별개로 올리신 영상을 보았던 기억이 있는 만큼 감회가 새로웠다.

 원래도 이선재 선생님께서는 수험생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등, 단순히 '강사'로서가 아니라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무척이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 분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저 문장을 본 순간 그 생각에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주말을 맞이하여 왠지모르게 도서관에 가고싶은 마음에 모처럼만에 도서관을 방문했는데, 문득 깊숙히 묻어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 내가 방문한 이 도서관에서, 시험을 위해 공부에 매진했던 몇 년전의 기억이.

 당시 내가 선생님의 교재를 가지고 와서 공부를 하던 곳에서, 몇 년 뒤의 내가 선생님이 집필한 책을 가져와 독서를 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선생님을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이란 이런 것임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수험생들은 엄연히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지 사회적으로 의미없고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 P26

다만 저는 기쁠 땐 충분히 기뻐하고 슬플 땐 깊이 슬퍼하며 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스스로의 인생에 일희일비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해 주면 좋겠습니다. - P113

힘겹게 다다른 곳 자체를 목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관계와 배움에 가치를 둔다면, 우리에게도 정점의 허망함을 이겨내고 또 다른 불빛을 찾아나설 힘이 생기지 않을까요. - P131

편견이 무조건 혐오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혐오 표현을 쓰다 보면 점점 더 혐오가 만연한 사회가 되기 때문이죠. 말에는 그만큼의 힘이 있습니다. - P220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결과치를 예상하고 답을 제시하는 AI가 아니잖아요. 내 선택에 대해 슬퍼하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면서 나와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가는 삶이 진짜 살아볼 만한 멋진 인생인 것입니다. - P266

그러나 우리가 이루어내는 성과는 절대 양적인 축적 없이 어느 순간 비약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분께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의 성실함이 쌓여 언젠가 질적인 비약을 이룰 것‘이라고, ‘그때 비로소 스스로를 증명해 줄 것‘이라고요.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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