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교에 재직 중인 여교수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이름은 허자은. 뚱뚱한 체형인 그녀는 동료 교수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까지 무시를 당한다. 한평생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것들을 감내해야 했는지, 어떤 부조리를 견뎠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와 그나마 밀접하게 지냈던 조교 이종수와 제자 정하늬의 이야기. 대학 교수와 조교의 관한 이야기들은 뉴스에서 종종 접했던 내용이었는데 철저히 갑인 교수와 을인 조교의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서 화도 났고 씁쓸했다. 이용만 당하고 부당한 일에 아무 말도 못 하는 이종수가 답답하면서도 그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그의 행동이 납득이 되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뚱뚱했던 허자은 교수의 고독하고 외로운 어린 시절과 사춘기 시절, 대학 졸업 후 교수가 되고 나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멸시를 당하는 모습은 안쓰러웠다. 늘 손가락질만 당하다가 끝내 무너져버린 그녀의 안타까운 인생. 학생들 중 유일하게 허자은 교수를 인정하고 강의를 좋아했던 그녀의 마지막 제자 정하늬.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인물. 그나마 이 인물 덕에 조금은 사이다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아직도 만연한 대학원 내의 부조리 들은 언제 사라지는 건지, 답답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P.142함부로 말하지마. 난 어디까지나 경의를 표한 거야. 아름다운 존재에겐 아름다운 글이 어울리니까. 내 방식으로 헌화를 한 거지. 나 같은 추물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은 오직 글자의 몸을 빌어서만 가능했으니까. 날 아니 부끄러워 한다면 꽃이 아니라 논문인들 못 꺾어 바치겠어. 수로부인에게 헌화한 노인처럼. 자줏빛 바윗가에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겠나이다. 내가 바라는 건 그 아이가 날 아니 부끄러워하는 것뿐이었어. 논문 쓰는 거야 내 생업이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지. #죽음과크림빵 #우신영 #자음과모음#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리뷰 #책추천 #도서추천 #장편소설 #한국문학 #book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