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8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1년 1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책들은 읽기가 쉽다. 잘 읽힌다. 번역을 잘해주신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책들의 진입이 쉽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글재주를 갖는 작가가 누가 있을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은 1970년 출간되었다.
전문 학자도 아니고, 정말 작가로써 특정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건 존경할만 하다. 심지어 아직도 유럽사에 대한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얼추 70대인줄 알았는데,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82세다. ㄷㄷㄷ 어쨌든 고등학교 때 '로마인 이야기' 가 8편? 정도 출근되었는데, 15편을 목표로 출근한다라는 기사를 보고 제발 15편 낼때까지 죽지마라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82세까지 책을 쓰고 있다니 대단한다....
- 불량 식품같은 시오노 나나미의 글
학생 때는 로마의 역사, 유럽의 역사가 시오노 나나미의 시각으로 풀어져 접했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여기저기 로마사, 유럽사를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시각, 비판적인 시각의 의견들이 나왔고, 이탈리아에서 워킹투어를 받을 때는 '로마인 이야기'를 절대 읽지 말라는 가이드의 이야기도 들었다. 왜곡된 역사관으로 도배된 쓰레기 책이라고. 나도 이 이야기를 듣고 시오노 나나미의 글을 기피하기 시작했지만, 요즘 토크멘터리 전쟁사 같이 다양한 역사 유튜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오노 나나미의 글이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어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썼을까라는 호기심이 들어 다양한 책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시점 시오노 나나미의 글은 정말 재미있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순역할을 해주는 불량 식품같은 작품으로 결론을 내렸다. 굳이 불량 식품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워낙 우리나라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글에서 비판하는 군국주의, 제국주의에 대한 동경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워낙 논쟁이 많은 작가기 때문에 로마사, 유럽사의 진입 가이드로 읽어볼 뿐 맹신하지 말고, 다양한 다른 저자들의 시선을 함께 즐김으로써 얻을건 얻는 그런 독서를 하는게 좋은 것 같다.
-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이 책은 3장으로 나눠져 있다.
1. 주홍색 법의
2. 칼
3. 흐르는 별
지금은 2장 칼을 읽고 있는데, 1장은 체사레 보르자가 추기경으로 활동했던 내용, 2장은 교황의 장군으로 활동했던 내용이 전개된다. 1장은 보르지아 가문 내의 미묘한 이야기들로 흥미를 끈다고 하면, 2장은 체사레 보르지아의 본격적인 이탈리아 통일 전쟁? 이 시작된다. 하지만 내용 중에 체사레 보르지아를 너무 미화한 것도 나오는데, 대표적인 내용이 카니발에서 체사레가 황소 6마리를 혼자서 죽이는 장면이다. 이건 현실적으로 어처구니 없는 내용인지라 순간 소설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학자가 아닌 '작가'기 때문에 그냥 재밋거리로 읽고 넘어갔다.
- 체사레의 죽음
체사레 보르자는 31세에 전장에서 죽었다. 그의 행보를 본다면 그는 전장에 뛰어드는 돌격형이라기 보다는 전략가에 어울리는 사람인데, 마지막 죽음의 장면은 모든걸 다 내던진 사람이 할법한 행동이었다. 이탈리아 통일을 야망하던 남자의 최후가 뭔가 허망하다.
1500년부터 1503년까지 정말 질풍 노도와 같이 로마 주변 도시들을 제압하며 적은 군대와 정치,외교 측면 엄청난 기량을 보여줬던 그가 만약에 병에 안걸렸다면, 아버지 알렉산드르 6세가 급작스럽게 죽지만 않았다면.. 이탈리아의 역사는 좀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한다. 하지만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 사이에서 분열된 이탈리아를 통일한다는건 정말 쉽지 않았을 것이고, 진짜 하늘이 도와야 가능했을 것이다.
정말 16세기 이탈리아 군주들 사이에선 체사레는 악마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교황의 비호 아래 암살을 통해 교황청 내부 정적들을 제거해 나가고, 내부 정리가 끝나자 빠른 속도로 로마냐 지방을 침략하고, 때에 따라선 프랑스에 붙었다, 에스파냐에 붙었다, 서약따윈 무시하는 이런 인물을 미화한다는게 좀 이해는 안되긴하지만 나름 매력이 있는 캐릭터긴 하다. 진짜 소설 주인공으로 쓸만한 그런 캐릭터긴한데 시오노 나나미는 미화를 해도 너무 해서 좀 이해가 안되기도 했다.
자 이제 책도 읽었으니, 보르지아 시리즈를 좀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겠다. 물론 체사레 보르자에 대한 다른 책도 다른 시각에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