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소 소설 대환장 웃음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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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웃음시리즈 3탄 『흑소 소설』.

이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환장 웃음시리즈 중 가장 냉소적 비꼼이 강한 소설인것 같다.

우선 첫 번째 단편 <또 한번의 도움닫기>에서는 올해로 다섯 번째 문학상 후보로만 올라가고 아직 수상을 못한 사무카와 신고로의 문학상 수상 발표를 각 출판사 담당 편집자들과 작가가 같이 모여서 기다린다. 모임에 모인 4명의 편집자와 작가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서로 겉과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규에이 출판사 편집자 간다는 아들이 대학입시 지원서 넣었던 대학에 전부 떨어져서 그냥 마음이 우울하고 심란했다. 발표 시간이 다 되어서 음식점으로 간다를 찾는 전화가 걸려 오는데…….

접대용 멘트와 생각이 반대되는 것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과거의 사람>에서 아타미 게이스케는 작년에 신인상을 수상한 뒤 월간지 등에 단편을 게재하며 간신히 생활비를 버는 정도의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본인은 후속작을 내고 싶어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지만 답이 없다.

아타미 본인은 본인이 대단한 신인작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응모했던 해에는 신인상 후보들의 작품들이 전부 수준미달이었고, 그 중에 뽑힌 소설이어서 출판사 측에서는 그와 그의 작품을 꺼려했다. 『왜소 소설』에서도 당시 후보작들이 전부 졸작이어서 심사위원들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제일 터무니없는 작품으로 골랐다는 말이 나온다.

출판사쪽에서는 그를 잊고 있었다. 하물며 출판사 쪽에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시상식이 끝나면 모두 과거의 인물이야."

지금이 지나면 전부 과거가 되는게 사실이지만 한 사람에게 너무나 가혹한 일인것 같다. 차라리 작가로서의 희망을 주지 말것이지.

<심사 위원회>가 가장 씁쓸했던 단편이었던 것 같다. 사무카와 신고로는 첫 번째 단편 <또 한번의 도움닫기>에 나왔던 작가로 작가 경력 30년에 문학상 후보에도 몇번 오른 적 있는 그저그런 작가이다. 그러나 아직 그에게도 유명해지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인기작가가 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런 그에게 규에이 출판사의 간다 편집장이 이번에 신설하는 규에이 출판사 추리 소설 신인상 심사위원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한다. 사무카와는 본인도 이제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너무 신이 나서 승낙하는데…….

물론 출판사 쪽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 살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들에게 우스운 꼴을 당하는 경우가 있을수도 있다.

씁쓸함을 주는 이야기이다.

<거유 망상 증후군>은 어느 날 갑자기 주위의 모든 사물이 거유로 보이기 시작하는 데서 시작된다. 가슴이 작은 여성도, 만두도, 사발면 그릇도…… 심지어는 관리인의 대머리까지 거유로 보였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인 친구 다무라를 찾아갔더니 '거유 망상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소재로 이야기를 적을 수 있다니 새삼 놀랍다.

물론 여자든 남자든 큰 가슴을 동경하는 강박관념을 갖는것에 대한 풍자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유명작가라면 과연 이런 소재로 글을 적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포그라>는 친구 다쓰다가 우연히 만든 세계 최초 획기적 발기 부전 유발제 임포그라의 쓰임새를 연구하며 생기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비아그라가 아닌 임포그라. 대체 이딴건 어디에 쓰인다는거야…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남성들의 성적인 것에 집착하는 현실을 비웃는 이야기이다.

<신데렐라 백야행>은 신데렐라 이야기를 작가가 원작에 충실하게 나름 재해석하여 적은 글 같다. 솔직히 원작보다 이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고 현실적이다. 신데렐라 아버지가 왜 계모랑 결혼했는지, 딸을 구박하는데도 왜 바보처럼 가만 있었는지.

특히나 유리구두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나도 마법이라면서 왜 구두만은 사라지지 않았나 궁금했었는데 이 단편을 읽으면 '아하!'하며 공감이 갈 만하다.

<스토커 입문>은 스토커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여자친구 하나코로 인해 본의 아니게 스토커 행세를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처음엔 '무슨 변태같이 이런걸 코치하면서 즐기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소설의 끝부분에 하나코의 심정을 추측케 하는 상황이 나온다.

남의 이목을 지나치게 신경쓰는 현 세태를 비웃는 이야기인 듯 하다.

<임계가족>의 가와시마는 딸 유미가 떼를 쓴다고 다 들어주지 않는 나름 자신만의 육아철학이 확고한 아빠다. 하지만 유미 친구의 아버지 야나기하라는 그의 딸에게 모든 장난감을 아낌없이 펑펑 사주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물건이라면서. 그러나 그 이면에는 큰 음모 아닌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데…….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이에게 모든것을 쏟아붓는 현실세태와 그것을 이용하는 어른들을 풍자하는 이야기이다. 현실과 정말 비슷해서 씁쓸하다.

이 외에 다른 단편들도 전부 기발한 소재로 뒷통수치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정하고 이 소설에서는 웃음보다는 현실을 아프게 풍자하고 있다. 대환장 웃음시리즈의 다른 소설들은 풍자적으로 웃긴 요소가 많았는데, 이 『흑소 소설』은 앞 쪽의 규에이 출판사 관련 이야기를 제외하고 나머지들은 웃음기를 조금 지우고 현실 세태를 신랄하게 비꼬는 요소들이 많아서 현실에 대한 씁쓸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런 씁쓸한 현실의 소재를 결코 무겁지 않게 이끌어가고 소설을 마무리 하는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 만의 특출한 능력인 것 같다.

히가시노 특유의 문체로 적어놓은 추리 소설이 아닌 블랙 코미디를 꼭 즐겨보길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 재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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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환경을 접목시킨 ESG 머니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될것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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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비정한 사건을 다루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 궁금합니다. 유머까지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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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에서만 가능한 촘촘한 복선과 스토리라인을 갖춘 이상적인 미스터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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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악의에서 파생된 사건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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