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연대기 - 조선을 뒤흔든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사건 80
유정호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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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 중 조선의 역사는 현대와 가깝기도 하고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방대하고 상세한 기록물이 전해져 수많은 것을 알 수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종종 어렵게 여기고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해를 하지 못해 학습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이것은 약 500년의 역사 속에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했다 퇴장하고 크고 굵직한 사건뿐만 아니라 자잘한 사건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역사를 전달하는 방법의 문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방대한 스케일과 복잡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역사가 소설이나 영화, 만화 등으로 표현되는 순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여겨지고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쏙쏙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조선 왕 연대기』의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의 내용 중 흥미로운 사실을 80가지 선별하여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체로 소개하며 역사에 대한 흥미를 북돋우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3~4장 정도의 분량으로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역성혁명'이란 기존에 있던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조가 세워지면서 왕의 성씨가 바뀌는 것을 가리킨다. 맹자가 주장했던 이 개념은 이전의 왕조가 부덕할 때 백성들이 들고일어나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국사에서 이러한 역성혁명의 대표적인 예시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이성계의 조선 건국이다. 그러나 교육과정 속에는 '이성계가 공양왕으로부터 양위 받아 새로운 왕조를 세우고 국호를 조선으로 변경했다' 정도로만 언급이 될 뿐 다른 내용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다 가끔 '두문불출'의 유래나 '함흥차사'와 관련된 일화에 대한 내용이 교과서 귀퉁이에 쓰여 있을 뿐이다.


이 책에는 두문불출의 유래인 두문동 72현의 이야기를 비롯해 조선 건국 초반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못마땅하게 여긴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왕 씨 성의 금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성계는 왕 씨 성을 금지시켜 왕 씨 성을 다른 성씨로 바꾸게 함으로써 고려 왕조 회복 시도의 구심점을 없애려 했다. 이 정책에 의해 성씨를 바꾸게 된 이들은 왕(王)에 점이나 선을 더해 주(主), 옥(玉), 전(全) 등의 성씨나 모친의 성씨를 따랐다. 이렇게 성씨를 바꾸어 조선의 안정을 확보한 후 태종 대에 이르러서야 왕 씨에 대한 규제를 중단하였다.



'홍길동'은 각종 문서 작성 서식에서 이름을 쓰는 칸에 예시로 쓰일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허균의 『홍길동전』의 주인공으로, 신분제의 부당함으로 인해 서자라는 한계에 부딪혔으나 자신의 능력으로 병조판서에 이르고 마지막엔 율도국을 건국한 가상의 인물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상당히 놀랍게도 홍길동은 실존했던 연산군 시기의 인물로, 충청도 일대를 휘저었던 조선 3대 도적 중 하나였다. 중앙 관리 행세를 하고 다니며 오랜 기간 잡히지 않았으나, 영의정 한치형과 의금부의 강경한 상소로 홍길동을 비롯한 조력자들을 잡아들이게 되었다.


소설 『홍길동전』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유교적인 가치관에는 부합하지 않는 것들이 많고, 특히 임금에 대한 역모로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이 있음에도 허균이 이를 써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티브가 되는 실존 인물인 홍길동이 연산군이라는, 역사에서 왕으로 인정받지도 못해 시호조차 '군'인 임금의 시대 인물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듯하다.



이 밖에도 세종 때 관노비가 아이를 낳으면 100일 동안의 출산휴가를 주었던 일, 성종 때 왕실 종친과 고위 관료들과 문란하게 간통을 저지른 승문원 지사 박윤창의 딸 어을우동을 교형에 처한 사건, 인조 23년 안타까운 소현세자의 졸기, 1910년 순종 3년 일본국 황제에게 한국 통치권을 양도한 사건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알기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역사를 공부가 아닌 이야기로 접근하게 하여 '재미있는' 역사의 면모를 접하게 하면서 역사 공부에 더욱 흥미를 가지게 하고 있다.


각각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의 분량이 길지 않은 데다가 웬만한 소설들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해 짧게 끊어 읽을 수 있음에도 쉴 새 없이 책장이 넘어갔다. 게다가 굳이 암기하려 하지 않아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로 학문적 지식까지 쌓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 같다.

누가 역사가 지루하고 복잡하고 어렵다고 했는가?

한 번이라도 역사가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들 혹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충분한 재미를 느끼고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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