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 ‘신이 죽은’ 시대의 내로남불
허경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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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즉 내로남불이란 말은 1990년대 신한국당 국회의원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이중잣대에 대한 현상을 꼬집어 비판할 때 널리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런 의미를 가진 다양한 다른 형태의 말들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바로 이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정립되었다.


왜 이런 말이 생겨난 것일까?

우리는 어떤 하나의 사태를 각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관점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관점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그 사태에 대해 자신과 다르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것이 아니라 틀리고 잘못되었다고 단정 짓는다.


속담 중 '자식 겉 낳지 속은 못 낳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한 개인의 경우에도 세월이 흐르면서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변하는 경우 예전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과의 생각에 괴리를 느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게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자식 간, 혹은 본인으로 한정됨에도 불구하고 인식과 이해가 달라질 수 있는데 하물며 완전 생판 남남일 경우에는 더하지 않을까?


이렇게 남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나와 남은 같지 않고 영원히 같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가치관과 상식을 내세우며 남에게 자신과 같아지라고 강요하고 있다.

왜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른 가치관과 나와 다른 상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남의 햄버거를 먹으면 위법이 된다고 한다. 도저히 나의, 아니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친한 사이에 햄버거 한입 정도는 나누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위법이라니. 그렇다면 미국 오클라호마는 틀리고 잘못된 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이 책에서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의 지배적 담론이 되어버린 내로남불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다루고 제시하고 있다.

내로남불의 비판 담론의 대상은 크게 네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웃과 강자, 약자 그리고 나 자신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분류는 논의의 편의에 의한 것이지 명확히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타인에 대한 내로남불은 이미 비판 그 자체로 '너는 하면 안 되고 나는 해도 된다'라는 불평등한 관계가 아닌 '우리는 평등해야 되는데 실제적으로는 평등하지 못하다'라는 분노와 비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내로남불이라는 것은 과거부터 쭉 있어왔지만, 21세기에 들어 사회 전면에 떠오르며 이러한 일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가 이전과는 다른 사회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1장과 2장에서 밝히고, 마지막 3장에 이르러서는 니체의 '신은 죽었다'에서 따온 부제처럼 니체를 비롯한 철학자들의 사상에서 타인들의 내로남불 뿐만이 아니라 타인과 자기 자신 모두를 향한 내로남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비판 정신을 유지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작가는 철학이 지향하는 건강한 불편함을 가져오기 위해 이 책을 저술했음을 밝히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인식이 중립적이니, 보편적이니 말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모든 인식, 아니 인식이라는 것 자체가 편파적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비난했던 아니, 비난하고 있는 자들에 대해 우리 역시 내로남불을 행하고 있음을 깨닫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반성부터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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