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이덕임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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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무나 상식이 되어버린 일들이 상식이 아니었던 시대, 뻔히 눈에 보이는 의사들의 비위생적인 행동 하나로 환자들이 수없이 죽어나갔지만 그 원인을 찾지 못해 환자들은 분명한 인재人災임에도 불구하고 운명에 자신의 목숨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결코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손 씻기'가 있다.

출산열이라고도 불리는 산욕열은 고대부터 모든 어머니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나마 부와 권력을 누리던 계층은 집이나 별장에서 아이를 낳음으로써 죽음의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하찮은 부르주아나 하층민들은 대부분 종합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들의 대부분은 산욕열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산욕열은 보통 출산 후 첫 24시간 안에 시작되는데, 산모는 몸에 열이 오르고 복통을 호소했고 산모의 배를 만져보면 복부의 벽이 딱딱해져 있었다. 당시의 의사들은 산욕열의 원인도 알지 못했고 그것을 통제하지도 못했을뿐더러 그에 대한 의학계의 설명 또한 신통치 않은 추측들뿐이었다.


1847년 이그나즈 필리프 제멜바이스라는 산부인과 의사는 자신의 손에 죽어가는 산욕열 환자들을 보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골몰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는 산욕열 환자의 수가 여전히 줄지 않는다는 좌절감으로 잠시 일을 쉬기로 했다. 그러나 3주의 휴가 후에 돌아온 병원에서는 자신에게 좋은 충고를 해주는 친구였던 의사 야코프 콜레치카가 부검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멜바이스의 휴가 기간 동안 한 학생이 실수로 콜레치카의 검지를 베었고, 그로 인해 염증이 온몸에 퍼져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제멜바이스는 슬픔을 억누르고 그를 해부해 복막염, 가슴막염, 심장막염의 증상을 발견했고 그것이 산욕열로 사망한 여자들의 증상과 똑같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으로 제멜바이스는 부검실에서 곧장 산부인과 병동으로 가 부검했던 손으로 막 출산한 산모들의 복부를 검진했던 의사들의 손이 문제의 죽음의 손이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하여 제멜바이스는 병적으로 손 씻기를 강조했고, 손 씻기 만으로 사망률이 완전히 줄지 않자 염화석회 용액에 손을 담그는 급진적인 방법까지 시행해 산욕열로 인한 사망자 수를 제로로 만든다.



그러나 이렇게 환자의 목숨을 살려낸 손 씻기는 의사나 간호사, 의대생들에게는 고문이었다. 그들의 손은 항상 벌겋게 달아오르고 쓰리고 가려운 증세를 보였다. 시간이 흘러 손 씻기 위생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은 후에는 더욱 심해졌는데, 1889년 당시에는 제멜바이스가 보기에도 손 씻기 규정이 다소 과격했다.

의료진은 우선 비누로 손을 씻은 후 과망가니즈산칼륨 용액에 다시 손을 세척한 다음 뜨거운 옥살산에 손을 담근 후, 독성 염화수은 용액에 또다시 세척을 해야 했다.

당시 존스 홉킨스 병원의 외과 수석 간호사였던 캐럴라인 햄프턴은 이런 손 씻기 과정 때문에 손 피부가 피부암에 걸린 것처럼 붉게 변했고 껍질이 벗겨지는 심각한 피부 트러블을 겪으며 외과 간호사를 포기하는 것을 고려했다. 이에 수석 외과 의사이자 그녀를 연모하고 있던 윌리엄 스튜어드 할스테드가 그녀를 걱정해 그녀의 손과 팔뚝 모형을 본떠 뉴욕의 굿이어 고무 회사로 보내 돈이 얼마가 들건 그녀의 손에 맞는 얇고 정교한 수술 장갑을 만들어 낼 것을 요구했다.

이 획기적 수술용 고무장갑의 발명은 외과 수술 환자들의 감염률을 확연하게 낮춰줬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손을 독한 화학약품들로부터 보호하는 획기적인 일이 되었다.


이 밖에도 외과 수술의 고통과 공포에서 환자들을 구원해 준 마취제 에테르를 발명한 윌리엄 모턴, 이후 에테르 마취의 부작용으로 인해 그것을 대체할 마취약으로 클로로폼을 발견해 임상실험을 통해 마취 효과를 발견한 제임스 영 심슨, 지그문트 프로이트로부터 소량의 코카인을 건네받으며 들은 약의 효과 중 혀를 마비시킨다는 효과에 집중해 국소마취제로서의 코카인의 기능을 발견한 카를 콜러 등의 이야기가 일반인들이 읽어도 아주 쉽게 이해가 잘 가도록 흐름이 끊기지 않게 잘 이어지며 재미있는 소설처럼 펼쳐진다.


또한 제멜바이스의 논문을 통해 청결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여 전염병과 감염으로부터 크림전쟁의 부상자들을 지켜낸 '등불을 든 여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솔페리노 전쟁을 겪은 지역에서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끔찍한 전쟁의 피해에 대한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책을 저술한 후 그러한 전쟁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원조 기구인 적십자사를 설립한 앙리 뒤낭의 이야기 등 무려 23가지에 달하는 세상을 구한 의학 이야기가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어른이 아닌 청소년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에 소개된 의학의 획기적 발명이나 발견을 보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획기적 치료제의 개발로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낸 이야기도 책에 쓰여질 날이 곧 오기를 희망한다.

그때까지 우리 모두 손 씻기 등의 기본적 공중보건에 더욱 신경 쓰며 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의학의 역사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우리는 분명 이 상황들을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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