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돌보지 않은 케이스릴러
변지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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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는 입양해 준 부모님이 똑같이 돌아가셨다.

벌써 두 번의 파양을 겪은 아이, 다시는 보육원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돌볼 사람을 필요로 했다.

여경은 시골 동네 병원의 평범한 간호조무사였다. 일손이 모자라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시골 마을 사람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겼던 여경은 그들의 팔에 우유 빛깔 주사를 놓아 주었다. 그들은 앞 다투어 여경에게로 왔고 여경에게 감사하며 팔을 내밀었다. 여경은 그들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런 그녀는 체포되었고, 그런 와중 그녀에게 주사를 맞았던 사람 중 한 명이 죽는 일이 발생했다.

여경은 9년간 수감되었고 지금은 가석방으로 사회에 나왔다.

남들이 기피하는 요양병원의 청소일도 열심히 했건만 면접 첫날에는 여경에게 매달리며 꼭 일해달라던 원장이 의문의 전화 한통을 받고는 여경이 약물 범죄를 일으킨 과거를 들추며 해고한다.

그런 여경은 해나의 편지를 떠올렸고, 해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저의 보호자가 되어주세요. 기본수당 월 280'

여경은 해나에게 연락을 했고, 면접을 보고 채용된다.

해나는 학교에서 자신을 기다리게 한 필리핀 입주 도우미에게 폭력을 행사한 같은 반 유진의 머리를 자갈로 때린 이유로 학교폭력위원회에 회부된다. 실제 때린 이유는 청각 장애를 가진 해나의 등하교 도우미 택시 기사님에게 욕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완전 새롭게 바뀌어 해나엄마로 나타난 여경.

학폭위에서 여경은 해나의 자퇴를 말하고 다들 놀람과 유진엄마의 만족속에 학폭위는 끝난다. 하지만 유진은 CCTV 화면속 자신을 지키는 사람이 엄마가 아닌 비서인게 이상했고, 해나를 지키는 여경을 보며 해나가 부러웠다.

해나는 여경을 양부모님 소유의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머무르게 한다.

여경이 쉼터에 퇴소를 알리고 짐을 챙기러 갔을때 같은 방을 쓰고 있던 제니가 같이 데려가 달라고 이야기한다. 20년전에 미국에 입양됐지만 입양절차의 미비로 불법 체류자가 되어 작년에 미국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그녀는 입양부모에게도 버려지고 한국에서도 버려진 것이었다.

여경은 그녀를 데려가기로 한다.

이런 여경에게는 가석방 후부터 10분 정도의 침묵 후 전화를 끊는 '발신표시제한'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던 '발신표시제한자'가 어느날 여경에게 '당신의 어머니는 살해 당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상처받는 아이들, 사회의 부조리한 면과 법의 허점에 피해받는 사람들 이야기에 너무나 가슴아팠다.

아이들을 마치 유리벽 안의 강아지를 고르듯 고르고 자신의 보살핌을 강요하는 어른.

그녀는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이가 혼자서 잘 해내자 자신의 미성숙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괴롭히고 파양한다.

세상에 누군가의 아이가 될 준비를 하고 태어나는 아이가 과연 있을까?

아이들은 누구의, 누구를 위한 소모품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그들 존재만으로 빛나는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들이 한 번의 실수로 암울한 미래에서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생겨난 촉법소년제도.

그러나 갈수록 이것을 악용하여 일부러 죄를 짓고 법망을 빠져 나가는 사례가 많은 현실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배려가 당연한 권리처럼 되어 버려 어떤 아이들은 이것을 방패삼고 무기삼아 누군가의 죄없는 삶을 망치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주홍글씨를 씌우지 않기 위해 생겨난 제도가 다른 이의 가슴에 상처를 주고, 심하면 다른 이의 목숨까지 빼앗는 이 현실에 대해 반드시 숙고하여 재논의 되어야 할 것이다.

소설 속 제니와 같이 미국의 아동시민권법의 허점때문에 피해받는 수만명의 해외입양인들은 평생 자신이 살아왔던 나라에서 추방당할까 마음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어떤이는 미 해군으로 10년 넘게 복무하고 해외파병까지 갔다왔음에도 후에 해외여행을 위해 여권발급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시민권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이는 태어나자마자 입양되어 미국에서 결혼하고 직장까지 가지고 있었음에도 부인과 자녀를 모두 미국에 남겨둔 채 본인만 한국으로 추방당한 사연도 있다.

이런 법적 허점들의 구제 방안들이 신속히 마련되어 더 이상 피해를 보는 이들이 없어야 할 것이다.

해나와 여경의 삶을 다루며 이런 문제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소설속에 풀어내며 현실의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러면서 해나와 여경의 사연을 현실감있게 풀어내며 그들이 남으로 만나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가족이 없던 그들은 세상에서 오직 서로를 유일하게 이해하고 감싸안을 수 있는 진정한 가족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여경의 이 한 마디는 깊은 울림이 되어 가슴에 꽂힌다.


그리고…약속할게. 너는 반드시 어른이 될 거야.

p.41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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