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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가락만이 알고 있다
칸나기 사토루 지음, 오다기리 호타루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동성애 만화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열이면 열, 이렇게 말한다.
도무지 현실성없는 점이 싫다고.
사실, 나도 동성애 만화를 처음 봤을 땐 실소가 터져나왔다. 두 남자가 거리에서 당당하게 키스를 하거
나, 주위의 격려를 받으며 커밍 아웃을 하고......
여기서 의문을 하나 갖는다. 같은 '동성애'를 소재로 하더라도 왜 영화와 만화가 판이하게 다를까.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조명한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 그랬다.
잭과 에니스는 길을 걷다가도 동성애자임이 들통날까봐 늘 가슴을 졸였고,
숨어 만나며, 비참한 사랑을 했다.
반면, 만화는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없이, 그저 평범한 '연인'으로 묘사한다.
와타루와 유이치는 전혀 망설임없이 서로에게 다가가고,
사랑을 가꿔나간다.
그 것이 만화와 영화의 차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현실성 없는 모습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만화에서 늘 벌어졌고, 독자는 그런 몽환적인 공간에서 달콤한 꿈을 꾸기
위해 소비를 한다.
[ 그 손가락만이 알고 있다] 도 그러한 맥락의 꿈 같은 세계다.
동성애가 철저하게 금지되는 폐쇠적인 공간, 학교에서 서로에게 끌리는 선후배.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있다 하더라도 동성에게 사랑을 느낀다면 태반이
패닉(panic)에 빠진다.
여담이지만, 굳이 동성애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친구나 선배에게 두근거린 경험이 있다.
우정이라기엔 복받치는 행복이 너무 크고, 사랑이라기엔 모호한 감정.
유이치도 처음엔 그 것이 사랑인 줄 몰랐다. 하지만, 와타루의
햇살 같은 미소를 마주하고, 결국 그에게 빠져든다. 유이치는 피하지 않았다.
숨지도 않았다. "사랑"을 하기 위해......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태반이 덮어 누르고 산다. 따가운 시선을 견딜 용기가 없으므로.
만약 , 그런 감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마디만 하고 싶다. 그 감정을 외면하지 마라.
그 것은 또 다른 이름의 "애정"이다.